회고록

가족회의(1936 vs 1970)

사투리76 2019. 3. 14. 00:05

가족회의(1936 vs 1970)

 

 

1936년의 종조부 운호 어른의 후예들과 합가한 후 가족회의에서 할아버지 학서 어른의 훈시 사항은:

1. 지금까지는 먹는 것과 입는 것이 그렇게 험하지는 않았지만,

2. 앞으로는 고생이 되더라도 식구들끼리 마음만 맞으면 무엇이든

지 할 수 있으니 아침에는 밥을, 저녁에는 죽을 먹기로 한다.

3. 밥을 먹어도 같이 먹고 죽을 먹어도 같이 먹도록 하자,고 했다 한다.

 

 

내가 1970년에 방 2개짜리 셋방을 얻어 살던 시절, 앞으로 살아갈 방도를 찾기 위한 가족회의 협의 사항은 다음과 같다. 수입은 빤한데 쓸 데는 많고 옴치고 뛸 재간이 없어 4남매가 모인 자리에서 결연히 외친 것이라 회의라기보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땐 참으로 엄청나게 힘든 시기였다.

 

 

1. 모두가(주석, 경숙, 동석, 광석) 앞으로 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검소하고 절약하여 어렵더라도 최소한의 생활을 참아 나가자.

2. 동석은 가능한 방법을 써서 자립하여 학업을 닦도록 하고, 광석은 전심전력 공부하여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도록 목표를 잡는다.

3. 경숙은 금년 내로 결혼시키도록 추진한다.

4. 금년 내로 돈을 모아 적어도 대지만이라도 장만하여 집 지을 기틀을 마련하고, 일용품이나 책 등은 일체 중고품을 구입해서 사용한다.

5. 건당 2,000원이 넘는 지출은 사전 협의를 거쳐서 시행한다.

 

 

얼마나 사는 것이 각박했으면 한 번에 2,000원 이상을 쓰지 못하게 제한했을까? 그때는 그것이 매우 긴박한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