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한몸 되지 마시라꼬
개와 한몸 되지 마시라꼬
누렁아 다음 세상엔 부잣집에 태어나거라.....
어떤 놈은 팔자가 좋아 부자집에 팔려가
이틀에 한번 미장원에가고,
비단옷에 고기국으로 호의호식 한다는데,
이놈에 팔자 박복하여, 아버지 이름도 모르는 사생아에
엄마 젓 맛 알만헌게 한 달짜리를 보리쌀 두어 됫박에 팔아
세상에나 세상에사 첩첩산중 물설고 산설은 그런 곳에
끌려왔지 멉니까.
처음에는 몇번이나 죽을 맘도 듭디다.
그러나 삶이라는 것이 내 맴 먹은대로 되는 거이 아니라고
독하게 맘먹고 좀 지나니 그런대로 살만합디다.
주인 영감도 그리 나뿌지 않고,
공기도 좋고요, 조금만 나가면 들꽃도 지천으로 피어 있어
엄마의 그리움도 차춤 잊어집디다.
그 모든 것이 아랫마을 누렁이 덕분이었지요.
나보다 나이는 한달 늦지만 엄청 나를 따르고,
내 맘을 편하게 해 주어 나도 그를 좋와하게 되었지요.
인물은 지나 내나 변견(똥개)주재에 내세울 건 없지만
어디 인물 뜯어먹구 사남요, 서로 아껴주면 되지요.
그렇게 서로 사랑이란걸 했다우.
하루도 못 보면 죽을 것 같더라구요,
밤 낮 시도 때도 없이 만났지요,
세상에 우리맨치 행복한 커플은 없을 겁니다.그러던 한 달 전 나는 강아지 같은 새끼 일곱을 낳았다우
지 애비 닮아 털이 복실 복실한 참으로 귀여운 놈들이였지요
그 모자지간의 정도 한 달만에 끝이 났다우,
보따리 장사에게 모두 팔아버리구 우리 복실이 하나만 남기구요
늘 허전했지만 누렁이는 나에게 큰 위안이였지요.
늘 나를 다둑거리며 ‘원래 개팔자는 다 그런 것이여’
그러던 어는날부터 누렁이가 그런대로 살이 붙은 갈비뼈를 들고
오기 시작합디다. 자기는 실컨 먹었다구...
처음에는 그냥 받아 먹었는데..........
알고보니 누렁이 주인이 살 찌울려구 읍내 식당에서 얻어다 준 것을
저 먹지 않고 모두 내게 준 거지요.............
주인은 살찌워 복날에 팔려는 속셈을 나중에야 알었지만,
며칠 뒤 누렁이는 시장에 있는 △△△집으로 팔려갔다우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었다우.
함께 뜨거운 가마솥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러나 어린 복술이 생각에 차마 그짓도 못하구......
앞으로 이 험한 세상 살아갈 일이 걱정입니다.
그 많은 날 중에「개의 날」이런 거 하나 만들어 공휴일로 정하고
개 고기 먹이는 날.....이런 거 만들면 오죽이나 좋을까 마는
입법하는 국회의원들 쌈박질이나 하고, 헐뜻구......민생은 뒷전
상생 좋와하네..........지랄할 놈에 복(伏)날은 그리 많은지....초복, 중복, 말복에다가
요즈음은 광복, 서울 수복, 이래 오복이라 하두만요........
세상 살이가 다 그런거지요 뭐.......
마지막 가는 누렁이 뼈라도 거두어 양지 바른곳에 묻어 주고 싶다우
나도 언젠가는 뒤를 따를 껍니다............
양파도 안 까는데 무신놈의__눈물이 이렇게 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