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사람과 친화력 뛰어나
ㆍ보존협, 요양원에 분양

1926년 경북 경주 황남동의 5~6세기 신라고분 발굴현장에서는 토기의 뚜껑에 멧돼지와 개가 서로 마주보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의 토우(사람·동물·생활용구를 본떠 만든 토기)가 출토됐다. 꼬리가 없는 것도 있고, 있다고 해도 다른 개보다 훨씬 짧았다. 일반인들은 토우의 꼬리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잘려나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다른 고분군에서도 꼬리가 짧은 개 토우 여럿이 나오면서 실제로 존재하는 개로 인식됐다. 이것이 경주개 ‘동경이’(사진)이다.
동경이는 2006년부터 혈통보존 작업에 들어가 지금은 12대에 걸쳐 400여마리(강아지 100여마리 포함)가 경주의 강동면 양동민속마을과 건천읍 용명리, 경주 교동의 교촌마을 등 3곳의 ‘동경이 마을’에서 자라고 있다. 전남 진도의 진돗개·경북 경산의 삽살개와 더불어 천연기념물로 2011년 지정됐다. 동경이는 경주 이외의 지역으로는 분양이 되지 않는다. 이 동경이가 병원의 치료도우미로 등장했다.
경주동경이보존협회 산하 동경이사업단은 지난 3일 경주시립노인요양병원에 환자들을 위한 동물매개치료 도우미로 활용하도록 생후 60여일 된 강아지 2마리를 분양했다. 사업단과 병원 측은 둥글게 생긴 눈에서 샘솟는 청아한 눈빛, 쫑긋하게 앞을 향한 귀, 활 모양으로 잘 구부러진 발 등 잘 생긴 동경이가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명랑하고 사람과 친화력이 뛰어난 것도 치료 도우미가 될 자질이 됐다. 동경이사업단은 매월 한 차례 동물매개치료사와 함께 병원을 방문해 환자의 기억력 향상치료를 돕기로 했다.
최석규 동경이사업단장은 4일 “평소 빗질을 해주거나, 쓰다듬거나 함께 산책을 하면서 우울한 노인들의 정서함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