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뽀뽀 사건
도둑 뽀뽀 제보자; 이기수
때: 1983. 12. 06 채록, 곳: 경주시 건천읍 용명리 장승마을
지번이랑 둘이 어디 한 군데를 가다가 하니까 논들에서 한창 모내기를 하고 있는데
남녀가 무논에서 모를 심으며 모내기노래를 하며, 모를 심어 쌓거든.
“지번이 자네 봐라. 내가, 저기 저 가운데 있는 여자 모내기하고 있는 저 여자에게 가서
내가 입을 한번 맞추고 올께.”
“그걸 자네가 어찌, 어찌할 참인가?” 하니까, 그래 이제,
“아, 그까짓 것을 왜 못해.” 논두렁에 가서,
“가운데서 저 모를 심는 분, 누님! 누님!” 하고 큰소리로 부르거든,
그러자 저 여자가 그러니 자기 동생이 이제, 어릴 때 어디 참 요새처럼 이산가족으로 갈려서 헤어지고 없었던 모양이라. 깜짝 놀라서 돌아다보니까, 웬 사람이, 남자가 논두렁에
서 가지고 자기를 부르고 있거든,
“아 누님, 어서 나와 보세요, 제가 왔습니다.” 이러거든.
그러니, 저 여자가 모를 심다가 마구 쫓아 나온다, 반가워 가지고,
“아이고, 우리 동생이 오다니? 아니, 나는 어릴 때 헤어져 놓으니까, 잘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니까,
“왜, 아무 때, 우리가 헤어진 아무개를 모르겠습니까, 누님, 여기로 오세요. 그만.”
곁에 와서 딱 대어 가지곤,
“아이고 누님, 참 오랜만이올시다.”
손을 잡고서 귀를 발끈 집어 당겨서 입을 쪽 맞추어 버리고는 그만 달아나 버리는 거라.
(허허허허.)
“저런 죽일 놈이 어디 있느냐? 저놈을 당장 붙잡아라.” 고 하며 모두 모내기하던 사람들이
“저놈을 저대로 그냥 보내서야 되겠느냐?”
하고 야단을 해도, 어쩔 수가 없지 뭐. 정만서는 이미 훌쩍 도망가 버렸는데.
(허허허허.)
그런 식이야. 정만서란 작자가.
(왜 그렇게 어긋났을까요?)
그래 이제 내가 아는 것은 그 정도야. 신소리 하는 것을 아는 것은. 허허허허.
(왜 그랬을까요?)
그러게, 자꾸 그런 머리만 자꾸 쓰니까, 그런 계통으로만 풀려 나갔지, 그러나
그것도 하나의 인물은 인물이라. 이 세상에 정만서라고 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고 하는
표시는 나타난 셈이니까. 그것도 뭐 거시기지.
(등 따습고 배부르다고 하는
얘기를 혹시 아십니까?)
몰라, 그런 것은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