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사동동 전기공사

사투리76 2019. 3. 15. 00:08

사당동 전기공사 


우리가 살던 사당동 집은 지금 행정구역이 방배동으로 바뀌었고, 사당 전철역 동남쪽 방배래미안 아파트 105동 위치쯤 된다. 처음 이사 갔을 땐 영등포구 사당동 608-18’이었고, 조금 지나자 관악구로, 또 동작구로 계속 구()는 바뀌면서 동()과 번지는 그대로였다.

지금 방배 우성 아파트 관리사무소 부근에 이른바 국회단지란 걸 조성해서 분양을 시도했지만 전혀 팔리지 않았고, 방배래미안 아파트 105동 위치엔 무허가 집들이 10여 가구 살고 있었다.

거긴 현대건설의 채석장이 있던 돌산의 북쪽 사면에 계단식으로, 앞줄 맨 위쪽에 기원정사(精舍) 자리에 점잖은 경상도 출신 50대 노인 내외분이 살았고, 그 축대 아래가 우리 집, 우리 축대 아래 또 나이가 많은 60대 노인 내외분, 그 축대 밑에 전주 사람 나인균네(아비가 중앙대 강사), 맨 아래 박학기네 등 5가구가 살았다. 


우리 집 뒤쪽 한 칸 밑에 현대건설에 다니던 김천 출신 최정선네가, 그 뒤쪽으로 이길남 씨,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정 씨네, 또 한 집 장섭이네 등등이 살았다. 집들이 모두 무허가 건물이다 보니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석유램프로 밤을 밝히고 있었는데, 마을에 공론이 돌아 전기를 끌어다 쓰기로 하여 공사를 어떤 작자에게 맡겼더니, 집집이 내선공사를 하며 적산전력계도 달고 전기를 연결해 줘서 방이 환해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무허가로 그냥 선만 연결한 상태로 공사비만 착복하고 사라져 버렸다.

나는 화가 몹시 난 나머지 어찌어찌 수소문해서 그 엉터리 공사를 한 작자의 집을 찾아갔더니 그도 판잣집에 살면서 마누라도 없이 아이들은 해가 빠진 캄캄한 밤인데도 밥을 쫄쫄 굶고 있는 형편이라 공사비를 되물릴 참으로 찾아갔다가 공사비 환불은커녕 내 주머니를 털어서 아이들에게 뭘 사먹으라고 돈을 몇 푼 주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