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삼대 부자

사투리76 2019. 2. 12. 01:16

삼대 부자

 

  마을의 외딴 집에 사는 또술이는 학교에 갈 때 단짝인 짝불이네 주막집을 지나가야 했다. 짝불이의 할아버지는 자수성가해서 백석 꾼 살림을 이룬 사람이고, 짝불이 아버지는 장승거리에서 주막을 열어 제 아비가 벌어 놓은 재산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의 아들인 짝불이는 입이 짧아 음식을 깨작거리며 먹는다. 그게 안타까운 짝불이 어머니는 끼니마다 밥그릇을 들고 따라다니며, “한 숟가락만 더 먹으라.”

고 안달이다. 그럴수록 짝불이는 밥그릇을 외면하고 도망친다. 사람은 물론 동물들도 대체로 뒤에서 누가 쫓아오면 쫓아올수록 잡히지 않으려고 도망을 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그렇게 해서 짝불이는 응석받이가 되고 말았다.

 

  또술이네는 새벽에 잠이 적은 종다리형 체질인 반면 짝불이네는 주막집의 속성에 따라 비교적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 체질이다. 일찍 일어나서 이른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갈 채비를 마친 또술이는

짝불아 학교 가자.” 하고 짝불이네 집에 다다라 보면 짝불이는 아직 아침도 먹지 아니한 상태다. 또술이는 짝불이네 방에 들어가서 짝불이가 아침밥을 먹을 때까지 기다려 준다. 늦게 일어난 짝불이는 매일 아침이 시시맞아아침밥 먹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주막집인 탓에 짝불이네 집에 육고기가 떨어질 날도 없는 형편이라 쇠고깃국을 끓여 줄지라도 전혀 입맛이 동하지 않는다. 그런 짝불이는 어미가 한 술 떠 주는 걸 받아 먹었는데 하필 질긴 쇠고기 조각이 씹힌다. 그러면 짝불이는 씹다 만 쇠고기 조각을 상에다 뱉어버린다. 그걸 지켜보는 또술이는 입맛이 동한다. 설이나 추석 명절 때가 아니면 접할 수 없는 쇠고기인데……. 저 아까운 것을 뱉어내다니? 꼭꼭 씹어 삼키지 않고.

 

  그런 짝불이네 집은 얼마 가지 않아 쫄딱 망해서 마을을 나버렸고 가족들은 뿔뿔이 다 헤어졌다. 반면 또술이네는 착실히 살림을 모아 자수성가하기에 이른다. ‘부자는 삼대를 못 간다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이 얘기 속의 또술이는 학술 숙부님의 아명으로 그분이 몸소 겪은 실화 한 토막이다.

 

  그 짝불이가 느닷없이 나타나 급전이 필요하다는 통에 얼마를 융통해 줬더니 도무지 갚을 길이 없다며 내미는 것을 도저히 거절하지 못하고 내가 인수한 물건이 용명리 산 152번지의 임야 7,000여 평인데, 몇 십 년이 지나도록 그 산에서 소출이라고는 한 푼도 없이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