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12.04 03:13
수천개 붉은 열매는 팥 같고 흰 꽃은 배꽃 닮아 팥배나무
열매는 새들의 겨울 양식, 꽃엔 꿀 많아 벌·나비 찾아
척박한 환경서도 잘 자라… 도심 공원에 많이 심었으면

지난 주말 서울 은평구 봉산 팥배나무길은 아직 단풍이 지지 않은 것처럼 온 산이 붉었다. 나뭇잎은 다 떨어졌는데 조롱조롱 붉은 열매를 단 팥배나무가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뻗은 크고 작은 가지 끝마다 10여개씩 점점이 달려 하늘은 온통 붉은색이다. 등산객들도 "와~" 하는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10m가 넘는 나무들은 늘씬하고 단정해 기품이 있었다.
요즘 산에 가면 가장 눈에 띄는 나무가 팥배나무다. 봉산뿐만 아니라 서울 남산·안산·북한산 등에서도 팥배나무가 주요 수종 중 하나이고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무다. 등산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몰랐어도 사진을 보면 "아, 이게 팥배나무야?"라고 할 정도로 비교적 흔하다. 다만 신갈나무 등 참나무와 경쟁에서 밀려 군락을 형성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봉산에선 큰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2007년 봉산 팥배나무숲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팥배나무라는 이름은 열매는 팥을, 꽃은 배꽃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다. 5~6월 배꽃을 닮은 새하얀 꽃이 필 때도 좋지만, 역시 팥배나무는 요즘처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수천 개 붉은 열매를 달고 있을 때 그 진가(眞價)를 볼 수 있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꼭 담고 싶어하는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팥처럼 붉고 작은 열매는 올겨울에도 새들의 양식 역할을 할 것이다. 이가 없는 새가 한입에 먹기 딱 좋은 크기다. 봉산 팥배나무길을 지날 때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 시인은 팥배나무 열매를 새들을 위해 '나무가 마련한 도시락'이라고 했다.
요즘 산에 가면 가장 눈에 띄는 나무가 팥배나무다. 봉산뿐만 아니라 서울 남산·안산·북한산 등에서도 팥배나무가 주요 수종 중 하나이고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무다. 등산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몰랐어도 사진을 보면 "아, 이게 팥배나무야?"라고 할 정도로 비교적 흔하다. 다만 신갈나무 등 참나무와 경쟁에서 밀려 군락을 형성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봉산에선 큰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2007년 봉산 팥배나무숲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팥배나무라는 이름은 열매는 팥을, 꽃은 배꽃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다. 5~6월 배꽃을 닮은 새하얀 꽃이 필 때도 좋지만, 역시 팥배나무는 요즘처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수천 개 붉은 열매를 달고 있을 때 그 진가(眞價)를 볼 수 있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꼭 담고 싶어하는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팥처럼 붉고 작은 열매는 올겨울에도 새들의 양식 역할을 할 것이다. 이가 없는 새가 한입에 먹기 딱 좋은 크기다. 봉산 팥배나무길을 지날 때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 시인은 팥배나무 열매를 새들을 위해 '나무가 마련한 도시락'이라고 했다.
![[김민철의 꽃이야기] 조롱조롱 팥처럼 붉은 열매…](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12/03/2018120303208_1.jpg)
사람들은 팥배나무 열매를 먹지 않지만, 필자는 습관적으로 따먹는다. 시큼한 맛 뒤에 단맛도 살짝 따라와 먹을 만하다. 새들이 먹는 것은 사람에게도 해(害)가 없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 붉은 껍질을 벗겨보면 약간의 노란 과육이 있고 길쭉한 씨가 몇 개씩 들어 있다.
요즘 산엔 팥배나무 열매 외에도 붉은 열매들이 유난히 많다. 산수유, 찔레꽃, 가막살나무, 청미래덩굴 열매도 붉은색이고, 작살나무 열매 정도만 특별하게 보라색인 정도다. 왜 가을 열매는 붉은색이 많을까. 붉은색은 사람뿐만 아니라 새들에게도 눈에 아주 잘 띄는 색이다. 식물 입장에서는 새들이 열매를 멀리 퍼트려주어야 하니 새들에게 잘 보이는 색을 띠는 것은 당연하다. 새들이 열매를 먹으면 씨앗은 소화시키지 못하고 배설하는데, 식물 입장에서는 씨앗을 멀리 퍼트려주는 것이다.
요즘 산엔 팥배나무 열매 외에도 붉은 열매들이 유난히 많다. 산수유, 찔레꽃, 가막살나무, 청미래덩굴 열매도 붉은색이고, 작살나무 열매 정도만 특별하게 보라색인 정도다. 왜 가을 열매는 붉은색이 많을까. 붉은색은 사람뿐만 아니라 새들에게도 눈에 아주 잘 띄는 색이다. 식물 입장에서는 새들이 열매를 멀리 퍼트려주어야 하니 새들에게 잘 보이는 색을 띠는 것은 당연하다. 새들이 열매를 먹으면 씨앗은 소화시키지 못하고 배설하는데, 식물 입장에서는 씨앗을 멀리 퍼트려주는 것이다.

팥배나무 꽃은 5~6월 가지 끝마다 하얗게 모여 피는데 꿀이 많아 벌과 나비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팥배나무도 아까시나무처럼 꿀을 생산하는 귀한 밀원(蜜源)식물이기도 하다. '용비어천가'의 한 구절처럼 팥배나무는 '곳 됴코 여름 하나니(꽃 좋고 열매 많으니)'다. 달걀 모양 잎에는 규칙적인 물결 구조가 있고 10~13쌍의 입맥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잎과 꽃으로도 구분하기 쉬운 나무이니 한번 눈여겨보면서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팥배나무는 숲속 건조하고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란다. 햇볕이 부족해도 잘 자라고, 추위에도 강한 편이다. 그러니 관리하기가 쉽다. 여기에다 봄에는 벌과 나비가, 겨울에는 새들이 찾아오니 도심 공원이나 녹지대에 심기 좋은 나무다. 다만 조경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지면에서 첫 번째 가지까지 높이(지하고·枝下高)가 낮은 편이라 가로수로는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하나 더. 서울 인왕산 성곽길 윤동주문학관은 하얀 외벽 위에 가지를 드리운 팥배나무가 있어서 운치를 더했다. 특히 뻥 뚫린 제2전시관에서 보는 팥배나무 가지가 일품이었다. 그런데 최근 가보니 팥배나무가 네 그루 모두 베어지고 없었다. 문학관 관계자는 "지난해 봄 말라죽어 베어냈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자라기 좋은 환경은 아니라서…"라고 말했다. 문학관 설계자가 팥배나무까지 고려해 지은 것으로 아는데 휑한 하늘을 보니 아쉬움이 컸다. 주변 팥배나무들은 잘 자라고 있었다. 이른 시일 내에 다시 팥배나무를 심어 옛 풍경을 되살렸으면 좋겠다.
팥배나무는 숲속 건조하고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란다. 햇볕이 부족해도 잘 자라고, 추위에도 강한 편이다. 그러니 관리하기가 쉽다. 여기에다 봄에는 벌과 나비가, 겨울에는 새들이 찾아오니 도심 공원이나 녹지대에 심기 좋은 나무다. 다만 조경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지면에서 첫 번째 가지까지 높이(지하고·枝下高)가 낮은 편이라 가로수로는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하나 더. 서울 인왕산 성곽길 윤동주문학관은 하얀 외벽 위에 가지를 드리운 팥배나무가 있어서 운치를 더했다. 특히 뻥 뚫린 제2전시관에서 보는 팥배나무 가지가 일품이었다. 그런데 최근 가보니 팥배나무가 네 그루 모두 베어지고 없었다. 문학관 관계자는 "지난해 봄 말라죽어 베어냈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자라기 좋은 환경은 아니라서…"라고 말했다. 문학관 설계자가 팥배나무까지 고려해 지은 것으로 아는데 휑한 하늘을 보니 아쉬움이 컸다. 주변 팥배나무들은 잘 자라고 있었다. 이른 시일 내에 다시 팥배나무를 심어 옛 풍경을 되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