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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꽃·영산홍… 출근길에 봤던 그 꽃

사투리76 2019. 5. 4. 09:28

조팝나무꽃·영산홍… 출근길에 봤던 그 꽃

 

서울 화양연화|김민철 지음|목수책방|352쪽|1만8000원

박완서의 단편 '친절한 복희씨'에서는 상경한 시골 처녀가 서울의 대학생에게 손을 잡히고 생전 처음 느끼는 떨림을 박태기나무에 빗댄다. "봄날 느닷없이 딱딱한 가장귀에서 꽃자루도 없이 직접 진홍색 요요한 꽃을 뿜어내는 박태기나무. (…) 나는 내 몸에 그런 황홀한 감각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이름조차 낯설지만 박태기나무는 4월 말쯤 서울 화단이나 공원에서 화려한 꽃을 피워내는 비교적 흔한 나무다.

오정희 단편 '옛 우물'에는 마흔다섯 살 중년 여성이 젊을 때 '외도'한 일화를 오래된 사찰을 찾았을 때 보았던 영산홍에 빗대 말한다. "영산홍 붉은빛은 지옥까지 가 닿는다고, 꽃빛에 눈부셔하며 그가 말했다. 지옥까지 가겠노라고…." 철쭉과 함께 진달랫과에 속하는 영산홍은 절뿐 아니라 주변 화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다.

기자로 일하며 17년간 꽃을 공부하며 답사해 온 저자가 한국 소설이나 영화 속 우리가 놓쳤던 꽃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부분 서울과 근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들이다. 청계천 조팝나무꽃, 성공회성당 과꽃, 경복궁 팽나무, 광화문 벌개미취, 북한산 처녀치마 등 저자가 출퇴근길이나 산책 중에 만난 꽃들 이야기가 친근하다. 좀 더 멀리 고속버스와 배, 도보로 장장 8시간 걸려 거문도의 수선화를 찾아가거나 남해안으로 400㎞를 달려 변산바람꽃을 보러 간 여정도 담겼다. 저자는 '꽃 입문자'라면 서울의 5대 길거리 꽃과 7대 가로수만 알아둬도 출근길이 달라 보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