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관광 크루즈 호강 4
효도관광 크루즈 호강 4
아무튼 선상의 음식(화식, 양식, 뷔페)은 맛이 좋았고, 동행도 좋고 일주일 내내 큐슈서 나라까지 벚꽃 구경 실카장 했다. 창경원 이후 언제 우리 부부가 꽃놀이를 가본 적이 있었던가. 그것도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씩.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벚꽃이 피는 고장만을 쫓아 북으로 올라가며 꽃구경을 했다. 그리고 금상첨화인 것은 크루즈 선내에 탁구장이 있어서 아침저녁 매일같이 부부가 탁구를 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일본 크루즈 선이면서, 일식이 나올 때나 뷔페가 나올 때나, 끼니마다 상추쌈에 배추김치, 깍두기, 생마늘, 쌈장, 풋고추를 한상 차려 놓고 얼마든지 가져다 먹으란다. 이런 횡재가 또 어디 있으랴. 거기다가 각종 과일이며 생과자와 아이스크림 같은 후식은 어찌 그리도 풍부한지. 대구 영감은 아침부터 시작한 상추쌈을 끼니마다 즐기며 음식도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보는 사람의 침이 넘어갈 정도며, 양에 있어서도 내가 3이라면 그 친구는 5를 너끈히 먹어 치우는 솜씨였다.
일주일 내내 휴대전화도 꺼버렸고, 텔레비전도 보지 않고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실종 해군 소식도 듣지 않고, 그냥 맛있는 밥 먹고 교토, 나라, 오사카, 아스카를 구경하고, 집안 일 모두 잊고 지내니 대변이 바나나 색깔과 모양을 영판 닮았다. 차려 주는 음식의 채식과 육식의 비율이 적당하여 속이 편하며, 유람하느라 운동을 적절히 해서 그런지 그럴 수 없이 좋고 아내도 배탈 한 번 나지 않아 잔뜩 준비해 간 상비약(타이레놀, 정로환, 소화제)이 필요 없게 되었다. 무릉도원이 여기가 아닌가 싶었다. 행복의 순간을 좀 벗어난 시점에서 얼핏 떠오르는 생각이 행복인가 싶다. 선상 극장에서 영화도 한 편 봤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라
는 120분짜리 인도 영화였는데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참 감동적이었다. 아카데미 8개 부문 수상작인데, 백만 루피의 상금을 타내는 퀴즈가 곧 주인공의 생활 자체였다. 탁구를 치고 나서 땀이 나면 선상 대욕탕에서 씻고, 관광 갔다 와서 목욕하고 나니 그렇게 가뿐하고 시원할 수가 없었다.
친구 영감은 상처(喪妻)를 하고 부산 여자와 살고 있는데, 연애 상태인지, 재혼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나이 차가 있어서 그런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상처한 부인과는 여행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데, 부산 여자와는 세계 여행을 일상처럼 다니는 모양이다. 여름에는 독일에서 피서 겸 몇 달을 지내다가 온단다. 독일엔 부산 여자의 자식이 있고 한국엔 친구 영감의 자식이 있지만 둘이서 여행 다니기에 재미가 붙어 각각의 자식들은 그들 나름으로 살아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