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 몸부림

 

 

# 4290년도 봄의 일기

 

 

  집안이 어렵다 보니 대학을 가더라도 사립대학은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입학원서가 사라진 경위를 혼자서 조사 중이면서 특차로 경북대학교 장학생 선발시험을 쳐놓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부산과 대구를 들락거리던 때의 일기장이 발견되어 여기 그 일부를 옮겨 놓는다. 그때는 일기장을 내가 사뭇 들고 다니며 머무는 곳마다 밤에 쓰기도 하고 기차간에서 느낀 바를 적기도 했다. 아직 어린 20살 때 쓴 일기라 내용이 매우 치졸하다.

 

 

단기 4290(1957)311()

 

 

  예정대로 낮 기차로 경주로 가서 운동화 한 켤레를 사 신고 모화(경주시 외동읍 모화리)에서 내려 동준(고등학교 동기생이며 의형제를 맺은 형) 형네 집으로 갔다. 모화에서는 다들 반가이 대해 주었다. 따끈한 방에서 배를 깔고 피곤한 몸을 푹 쉬기로 하고, 동준 형과 장기 두기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3. 12.() 모화 - 부산

  해가 돋도록 늘어지게 자고서는 레코드도 감상해 봤다. 사실 레코드 말이 났으니 말이지, 이번 부산에 온 김에 한 개 구해 가야 하겠는데(그때 나는 무한동력을 개발한다고 잔뜩 꿈에 부풀어 있어 레코드를 하나 살 작정이었다), 쉽게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야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서실을 만들 수 있겠는데. 모화에서 더운밥을 지어주는 것을 먹고 낮 기차를 집어타고 부산으로 이렇게 오고 보니 무슨 피란을 가는 것 같으나 기실은 놀러 온 것이지만…….

 

 

  작은 집이 있는 울산에서 할머니(나주 정씨)가 올라와 같이 부산까지 도착했으며, 나는 학술 숙부님 댁 방이 비좁아서 중앙동 행자(4)네 집으로 향했다. 점포(건축자재를 파는 동신상회)에 딸린 방에서 여환권(고종인 동화의 의형제로 철도고등학교를 나와 부산 역에 근무) 형과 둘이서 이불 세 개를 덮고 잤으니, 이불 무게로 말미암아 추운 줄도 몰랐다. 저녁에는 행자네 식구들이랑 눈을 감고 새 그리기를 했는데 어찌나 솜씨들이 좋은지! 그리고 또 내가 낸 범인 찾기 퀴즈 문제 2개 가운데 하나를 맞히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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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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