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관광 크루즈 호강 1
아이들 셋이 제 어미 칠순이라고 힘을 모아 효도 관광을 보내줬다. 고마운 마음에 조선일보의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을 다녀왔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크루즈 여행은 해 본 적이 없기에 염려 되는 것이 많았다. 첫째 아내가 뱃멀미 날까봐 걱정, 4명이 한 방을 쓰는데 누가 룸메이트가 될지 모르고, 내가 코를 심히 골기 때문에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정이었고,
또 선실에서 바깥이 안 보여 답답할까 봐 걱정이었다
.
하지만, 배는 후지마루라는 것이었는데 톤수가 2만 3천 톤이라 운항 중에 흔들림이 없었고, 한수가 부탁해서 선수(船首) 맨 앞의 5층 1호실을 배정 받아 전망이 최고로 좋았으며, 룸메이트는 늙수그레한 대구 친구에다 부산 여인이었는데, 부산 여인은 어찌나 빠릿빠릿한지, 방에 들어오자마자 옷장 아래 칸에다 옷부터 척척 넣는가 하면(쓰기에 편리한 위쪽 칸은 우리가 쓰라고), 자기가 제일 젊은 듯하니, 2층 침대의 위층에서 자겠노라고 자청했으며, 코고는 문제에 대해, 대구 친구 왈 “코 안 고는 사람이 어디 있십니까” 하는 바람에 모든 게 순조롭게 해결되었다. 침대는 아래 칸에 3개, 위 칸에 하나여서 돌려가며 자기로 정했으나 결국 위 칸 하나는 부산 여인이 끝까지 맡았고 그 바로 아래 칸은 아내가, 대구 친구와 나만 며칠씩 자리를 바꾸었다.
대구 친구는 여자가 독일국적이라 했으며, 이로써 천일야화가 시작되었다. 일주일 여행 중에 얘기가 끊이지 않고 1부, 2부식으로 나누어서 했으니까. 독일국적의 여자는, 친구 영감을 ‘인생을 장난으로 살며 여행국이 60개국이 넘는다.’고 했으니 얘기가 흥미진진할밖에.
아마존의 밀림은 물론 아르헨티나의 끝 남극 가까이를 비롯해 아프리카의 사파리, 과테말라의 우림지역 등을 몇 달이고 탐험하며 돌아다녔단다. 현지에 가면 한인회 회장부터 찾아, 어디를 여행하면 좋으냐고 묻는단다. 그쪽에서 제시하는 여러 루트 가운데 맘에 드는 루트를 골라
열흘이고 보름이고 현지 음식을 먹으며 오지를 찾아가 탐험하고 현지를 체험하고 세상만사 잊어버리고 여행 그 자체만 즐긴단다.
그러자면 영어는 물론 포르투갈어나 스페인어 등 외국어에 능통하느냐고 물었더니, 현지엔 안내와 통역까지 해 줄 한인들이 즐비하더란다. 골치 아프게 힘든 외국어를 배우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투였다. 선상 식당에서 밥 먹다가 모자라면, 사투리로 “어이, 밥 쫌 더 도고(다오).” 하는 것을 봤을 뿐, 여행 기간 내내 일본어나 영어를 쓰는 것을 보지 못했다.
드디어 한국인들이 만나면 꼭 행하게 마련인 특유의 호구(戶口) 조사가 시작됐다. 나이가 몇이냐니까 칠십 둘이란다. “그렇다면 우리 영감의 동생 해야 되겠다.”고 아내가 한마디 던지자, ‘병원 나이’로 쳐서 칠십 둘이고 아직 5월의 생일을 지나지 않아 만으로 72이란 얘기다. 그는 1937년생이라 우리 나이로 74살이니 내가 그 친구 동생뻘이 되는데 말이다.
‘병원 나이’ 그것 참, ‘일본 나이’라 하지 않는 것도 재밌는 발상이다. 젊은 여자와 같이 살려니까 한 살이라도 적게 먹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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