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민요 집대성 한 ‘경주 민요’… 경주인의 삶과 정서 삶의 매 순간마다 있었던 소리 ‘경주 민요’… 수많은 민요 사설과 음원 담아 집대성.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 2018년 03월 29일       


↑↑ 지난 23일 김성혜 박사 연구실에서 정서은 교수와 함께 경주 민요를 집대성한 ‘경주 민요’출간의 의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래는 ‘경주 민요’ 책자와 200여 곡의 음원을 담은 CD.
우리는 무엇을 경주의 향토민요라고 하는가? 경주민요는 얼마나 어떻게 존재하는가. 경주의 민요는 경주인의 삶과 함께 형성된 소중한 소리이자 경주인의 정서가 담긴 언어다. 전통사회에서는 농사일을 할 때도, 고된 노동을 마친 후에 휴식을 취할 때도 노래를 불렀고, 망자를 보내는 과정에서도 민요를 불렀다고 한다. 모든 삶의 매 순간마다 소리가 있었고, 죽음에 이르러서도 소리로 마무리해 그 소중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농업이 기계화되고, 매체가 발달하면서 민요는 더 이상 살아있는 소리가 아닌 잊혀져가는 소리가 되었다. 이는 비단 경주만이 겪고 있는 일은 아니다. 이제 우리의 민요를 들을 수 있는 곳은 각 시나 도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농요보존회가 전부며, 그나마도 회원들의 고령화로 인해 전승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연말 ‘경주 민요(김성혜, 정서은 엮음, 경주문화원, 2017)’가 출간(CD 포함)됐다. 공동저자인 김성혜 박사와 정서은 교수를 만나 이 책의 출간 의미를 짚어보고, 경주민요의 특징과 전승 실체, 무형의 소중한 자산으로서의 경주민요 보존의 시급함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성혜 박사는 경주문화원 부원장, 경상북도, 경상남도, 대구광역시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활약중이며 ‘신라음악사연구’, ‘도상을 통해 본 통일신라음악연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경주와 신라음악이라는 주제로 여러 논문 발표와 학술적 연구는 물론, 및 경주시 문화프로그램과 콘텐츠에도 적극 반영, 활용시키고 있다. 한편, 공동 저자인 정서은 교수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음악학 박사 수료, 경북대학교 강사,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문화재 전문위원이며 ‘민요와 소리꾼의 세계’등을 저술한 바 있다.

ⓒ (주)경주신문사-지역의 방언처럼 일반인이 부르는 그 지역의 소리가 ‘토속민요’ 혹은 ‘향토민요’
우선, 김성혜 박사<인물사진>에게 민요와 향토민요에 대해 물었다. 민요는 일반인들 혹은 대중들이 부르는 소리라고 했다. 대중가요라 할 수 있다고. 대중가요는 작사 작곡자가 있지만 민요는 작곡자가 없으며 구전으로 전해지고 자신이 익힌 소리에 각자 삶의 내용을 녹여낸다고 했다. 즉, 같은 소리 안에 삶의 주체가 달라지는 것이라 했다.

“민요는 다시 토속민요와 통속민요로 나누는데 토속민요는 지역의 방언이 있는 것처럼 그 지역의 소리를 토속민요라 하고 이를 향토민요라고도 한다. 한편, 통속민요는 전문가들이 다니면서 좋은 소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무대용이나 공연화 한 것을 말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밀양 아리랑이나 진도 아리랑 등이다. 밀양 지역 할머니들이 부르는 토속의 밀양아리랑은 우리가 익히 들었던 밀양아리랑과는 다른 것으로서 통속화 돼 버린 것”이라고 했다.

-경주의 민요 계승하고 앞으로의 경주 민요 발전 위해 발간한 ‘경주민요’ 책자와 CD
경주문화원에서는 전통적인 지역의 민요를 잊지 않기 위해 1993년부터 지금까지 25년간 매년 ‘향토민요경창대회’를 개최해왔다. 민요를 복원하고 전승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김 박사는 “그러나 해가 갈수록 향토민요를 기억하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고, 진정한 경주 민요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는 경주인의 기억 속에서 노래의 전통이 소멸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경주의 민요를 계승하고 앞으로의 경주 민요를 위해 계획한 첫 번째 노력이 바로 이번에 발간한 ‘경주민요’ 책자와 CD였다.

ⓒ (주)경주신문사-‘경주 민요’에는 1930년대 수집된 자료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경주 지역 민요 집대성하고 200여 곡 음원 담아
김 박사와 정서은 교수<인물사진>는 ‘경주 민요’의 범위를 정하는데 있어서, 지금까지 경주에 와서 현장 조사한 자료를 최대한 집대성하자는데 의의를 뒀다. ‘경주 민요’에는 1930년대 수집된 자료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경주 지역 민요를 담고 있다.

1934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김기조 역, ‘국역 경주군(경주생활실태조사)’의 경주의 민요, 동요편에서 출발해 이미 발간된 책 중에서 경주의 민요, 동요가 들어간 부분은 모두 찾았다. 민속학자 임석재의 전국 민요자료 중 경주 민요 몇 곡도 찾는다. 특히 가장 많은 자료로는 조동일 영남대 교수가 재직시절, 1970년대 전국의 민요 조사를 통해 ‘한국구비문학대계’를 발간했는데, 이 중 경주시 편에 경주민요 다수가 수록됐었다.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1970년대 조동일 교수가 다니면서 녹음한 음원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고 이 사실을 안 정서은 교수가 이번 책 발간사업에 활용하자는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김 박사와 정 교수는 “‘한국구비문학대계’의 경주민요 자료는 이번 ‘경주 민요’책자와 CD를 만드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1990년대 녹음된 ‘MBC 한국민요대전’ 자료에는 경주 민요 11곡과 동요 22곡이 수록됐고, 1960년대 녹음돼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새롭게 제작한 ‘경상도 민요’ 자료 등은 경주 민요의 약 40~60년 전 민요 전승 상황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김 박사는 “이 밖에도 1990년대에 녹음된 지역 소리꾼(안강) 최이범 어르신의 귀한 소리자료와 최근 경주향토민요경창대회 출연자들의 소리는 경주 지역민들의 노력에 의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 외 김기조 역, ‘국역 경주군’의 민요와 동요, 김기문 편저, ‘경주풍물지리지’ 민요와 동요도 부록으로 실어 음원이 없더라도 사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자료들을 모두 취합해 경주시, 읍, 면 별로 실었다.

정서은 교수는 이번 성과물에 대한 학자들의 반응에 대해 “현장에서 현재의 음원들을 모은 자료는 있지만, 한 지역을 정해 모든 자료(1930~지금까지의)가 책과 CD에 수록돼 발간된 사례는 처음이다. 또, 여러 자료 즉, 국가기관자료, 사설기관의 자료를 수합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 모두 망라했다는 점에서 전국의 국악계 민요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이미 널리 회자되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 고 했다. 다른 시군에서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고.

-200여 곡의 경주 민요 중에서 5선보로 채보한 민요는 총 38곡
이 민요집은 크게 두 부분으로, 현재 경주시에 편입된 10개 지역(경주시, 감포읍, 건천읍, 안강읍, 외동읍, 산내면, 양남면, 양북면, 천북면, 현곡면)의 민요를 정리해 10장으로 구성하고, 이어서 두 개의 부록에는 1930년대 ‘경주군’ 및 ‘경주풍물지리지’ 소재의 민요 및 동요 사설을 포함시켰다.

경주시의 민요는 17곡, 감포읍은 5곡, 건천읍 6곡 등 총 200여 곡이다. 200여 곡의 경주 민요 중에서 5선보로 채보한 민요는 경주시의 민요 6곡(동그랑땡·보리타작소리·경주다리담방구타령·모내기노래· 모심기소리·성주풀이), 감포읍의 1곡(각설이타령), 건천읍의 3곡(이노래·대보름놀이·비), 안강읍의 6곡(달노래·상여소리·남자 방아타령·논매는소리·모찌는소리· 보리타작. 도리깨소리) 등 총 38곡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장르는 노동요로, 그중에서 논농사소리, 모 심는 소리, 보리타작 소리 등이다. 또, 유희요도 상당수 수록됐다.

김 박사는 “이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은 음원을 제공한 자료는 ‘한국구비문학대계’자료(김윤근 경주문화원장의 역할이 컸다)다. 이번 CD에 수록한 197곡 중 85%를 차지할 정도였다. ‘한국구비문학대계’ 자료의 곡들을 정 교수와 함께 일일이 소리를 들으면서 가사를 모두 확인하고 틀린 부분을 수정했다. 경주말 사투리를 잘못 기술한 것을 모두 바로 잡았다”고 했다. 이 또한 이 책의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경상북도 민요를 주제로 박사학위청구논문을 준비하는 중인 정서은 교수는 경주 민요만의 특징에 대해 “경북의 다른 지역에 비해 경주민요는 사설(가사) 배열이나 전반적인 박자 등에서 특색이 드러난다. 경주민요는 음들을 평이하게 골고루 사용하다가 마지막엔 저음으로 떨어져 마치는 것이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며 비교해주었다.


-하루라도 빨리, 경주의 소리 기억하는 분들 찾아뵙고 소리 녹음하는 일은 경주 민요 계승에 중요하고도 시급한 작업
인터뷰를 마치며 김 박사는 “고대 신라 음악을 살리는데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자료는 경주 민요 발굴 작업이다. 경주 민요를 바탕으로 작곡 의뢰를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다만 아쉬운 점은 현재에도 옛 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지역의 어르신들이 생존해 계신데, 그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와 소리를 듣고 녹음하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루라도 빨리 경주의 소리를 기억하는 분들을 찾아뵙고 소리를 녹음하는 일은 앞으로 경주 민요 계승에 중요한 작업이자 시급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주 민요’는 수많은 민요 사설과 음원을 담고 있어 경주의 민요를 되살리고 이어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라도 우리 선조들이 생활속에서 부르던 다양한 민요들을 듣고 사설을 보며, 기억을 되살리고 새롭게 배워나가는 일이야말로 경주인의 정신을 되살리는 소중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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