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다리 단독회담 때 들리던 새소리의 주인공들은 누굴까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입력 : 2018.05.01 16:29:00 수정 : 2018.05.01 17:02:42

되지빠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여름철새 되지빠귀가 예쁜 울음소리로 회담 시작의 분위기를 잡아주자 역시 철새인 산솔새가 분위기를 무르익도록 지저귀었다. 30여분의 회담이 끝나고 남북 두 정상이 걷는 길에서는 대표적인 텃새인 직박구리의 기분 좋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남북정상회담의 백미로 꼽히던 도보다리 단독회담에서 TV 영상을 지켜보던 이들의 귀에 바람소리와 함께 들려온 새소리의 주인공들은 남과 북이 갈라지기 이전부터 판문점 일대에 서식해온 터줏대감 텃새들과 까마득한 옛날부터 여름마다 한반도에 찾아오던 새들이었다. 경향신문이 통화한 조류 전문가들은 숲에 가서 듣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힐링에 도움을 주듯, 도보다리에서 독대하던 두 정상의 긴장감을 풀어지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솔새.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박사,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 등 복수의 조류 전문가들이 방송사 영상을 통해 새소리를 듣고, 주인공으로 꼽은 텃새들로는 청딱따구리, 쇠박새, 곤줄박이, 박새, 직박구리, 흰배지빠귀 등이 있다. 철새로는 산솔새와 되지빠귀가 꼽혔다. 모두 멸종위기종이나 희귀 조류는 아니지만 한반도 중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들이기에 판문점 인근에 서식할 가능성도 높은 새들이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되지빠귀는 봄과 가을철 이동 중 국내의 숲에 머물렀다 떠나는 여름 철새다. 몸길이는 약 23cm, 날개 길이는 10cm가량이다. 주로 해주와 한반도에서 번식하고 중국 남부에서 월동한다. ‘휫 휫 휫 휘잇 삐삐삐삐’ ‘휘욧 휘욧 휘이 찌잇’하고 큰소리로 울리는 듯하게 운다.

직박구리. 경향신문 자료사진.
방송사 영상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정상들이 처음 마주앉아 이야기를 시작할 때 들리던 새소리는 되지빠귀였고, 이어서 산솔새 소리가 들린 것으로 중론이 모아졌다. 되지빠귀는 국내에서 여름에 울음소리를 내는 새들 중에서도 가장 예쁜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종이다. 이어 여러 새들의 소리가 섞여들리다가 두 정상이 회담을 마치고 함께 걸어갈 때는 직박구리와 박새 소리가 들렸던 것으로 보인다.
산솔새는 산지 저지대의 낙엽활엽수림에 서식하는 여름철새로 몸길이는 13cm가량이다. 한반도 전역의 산림, 삼림, 공원 등에서 흔하게 번식하며 인도차이나와 인도네시아에서 월동한다. ‘찌잇찌잇 찌이─’ 또는 ‘찟찟찟 찌이─’하는 소리를 강하게 낸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산솔새는 점차 도래 및 번식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박새. 경향신문 자료사진.
조류 연구자들은 다양한 새들의 소리가 들린 점과 아울러 청딱따구리의 소리가 들린 점에서 판문점 인근 숲의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내놨다. 조류 연구가 도연 스님은 “작은 새들이 딱따구리가 나무에 파놓은 구멍을 둥지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딱따구리가 있다는 것은 다른 새들에게도 번식의 기회가 많다는 의미가 된다”고 설명했다. 청딱따구리는 한반도와 중국, 일본 홋카이도 등에 서식하는 텃새로 몸길이는 5cm 정도이다. 부리로 나무에 구멍을 뚫어 알을 낳으며, 발가락과 굳은 꽁지깃을 써서 나무에 수직으로 붙어 앉아 나무를 빙빙 돌면서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

청딱따구리.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기섭 박사는 “되지빠귀와 산솔새는 4월에 한반도에 오는 조류인데 판문점 근처에서도 번식을 하는 것 같다”며 “판문점과 주변 지역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보니 이 새들이 판문점에 산다는 것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처음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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