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부부의 신혼여행

    모기부부의 외출

    마산 가포 해수욕장이 문 닫기 전부터
    수 대를 거쳐 가포에서 살아온
    평범한 암모기가 어느 날 탄생 후 15일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컷모기캉


    짝짓기를 마치고 신혼여행을 대우백화점에 가기로 하고
    가포고등학교 학생의 어깨를 타고 무임승차를 했는데
    가다가 그만 놀래서 내린 곳이 시청 앞이었다.

    헤매다가 들린 곳이 건너편에 있는 바다 다방이었다.
    방안에 들어서니 털 빠진 원숭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수심이 겨우 7센티의 가포 똥 바다 색깔 비슷한 물을
    조금씩 나눠서 마시고 있는 것이 마누라 모기에 의해 목격되었다 .


    환경친화적(?) 차원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똥 색깔은 익숙하였고
    원래가 천성이 공짜를 좋아하는 놈이라
    돈 주고 마시기는 그렇고 남편 더러 당신도 조금만 마셔보라고 권하였다.

    천성이 착하고 어리석은 남편이라 육식성 마누라의 말을 거절했다간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뜨거운 커피 잔에 용감하게 뛰어들어
    한 모금 쭉 삼켰더니,


    천지합벽하고 일월이 회색하는 변을 만났으니
    뜨겁기로 말하면 용광로요,
    파도는 인당수고,

    달기로 말하자면 감로수요,
    쓴맛은 소태라,
    살아 날 재간이 없었다.

    사력을 다하여 찻잔 가에 매달려서 유언인즉
    "짧은 세상 살면서 마누라 말을 잘 듣다가 단맛 쓴맛 다보고 죽는구나"

    수컷 모기의 사망 원인은
    익사, 장 파열, 속크사 등 십 여 가지가 넘었다.


    졸지에 과부가 된 암모기는 장군천 돌다리에 맥없이 주저앉아
    과부 되기도 순간이구나 하면서 생명유한과 신세타령을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사실 모기란 놈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암놈은 종속보존을 위해 피를 먹는 육식성이었고
    수놈은 턱이 퇴화된 동물이라 피를 빨 수 가 없어 일회용이었다.


    전생(前生)의 업보를 몸으로 느끼면서 짧은 일생을 아내 말 듣다가
    비명횡사하게 된 남편의 죽음을 합리화하려는 순간.....

    하루 단위로 생명을 연명하는
    자기보다 문화권이 한 단계 낮아 아예 탄생하는 순간부터 수컷은

    입이 없이 태어난 그야말로 불쌍한 하루살이가 그 사연을 묻고는 가로되

    회자정리(會者定離)는 자연의 섭리이니,
    상심 말고 굳세게 살아라는 위로의 말씀이 눈물겹게 고마워서

    이제는 눈치 볼 남편도 없고 하니
    다음날 가포 자택으로 초청을 하였더니
    내일이 없고 또 내일의 개념을 모르는 하루살이인지라

    하루살이 왈- "내일이 뭐꼬?" 하는지라
    성장 문화권의 차이로 인해 서로 천민(?)이니 귀족(?)이니 하면서

    두 암놈이 한참 동안 입씨름을 하는데
    곤충계의 제왕(帝王)으로 자부하는 잠자리가 지나가다

    수준이하의 문화권의 갈등적 대화를 듣고는,
    "하등 곤충들아!
    스스로 제 꼬라지를 알거라-

    모든 동물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하니
    우리 다함께 금년 가을에 지리산 단풍놀이나 가서

    전국곤충연합대회(전곤련)을 열어 아프칸 보복전쟁 성금을 모아
    그곳에서 죄 없이 죽어가는 곤충들을 동족애로 구하자" 라고
    제의를 하였더니

    암 모기 왈 "가을은 무엇이고, 단풍은 또 뭐꼬?" 하니
    잠자리 가로왈

    출신은 같아도 문화권의 차이는 어쩔 수 없음을 자인하며
    스스로 제왕의 자태를 자랑하며
    성지여고 쪽으로 날아올라 가는데,

    태어나고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미로운 촉감이 허리를 감싸는지라
    너무 황홀하여 흥분된 목소리로 당신은 누구냐고 물었더니

    "나 제비야-"라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잠자리의 몸통은 제비의 목구멍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사족: 한 마리의 어른 제비가 되기 위해서는 약 1,500 여 마리의 잠자리가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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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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