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같은 성철 스님, 밤참 먹다 들키자

"많이 묵으래이"

       입력 2018.10.16 03:00

 

제자 16명·신도 20명 증언 담은 '성철 큰스님을 그리다' 출간

성철(오른쪽 둘째) 스님이 제자 원융, 원영, 원택 스님과 함께 해인사 경내를 걷고 있다. 성철 스님은 1966년 해인사에 자리 잡으면서 제자의 법명에 ‘원(圓)’자를 돌림자로 썼다.

                            
 2003년 11월 성철 스님이 입적하기 사흘 전. 성철 스님은 상좌(제자)들 가운데 눈짓으로 만수(漫殊) 스님을 부르곤 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탁 튕겼다. "제가 제일 만만하시냐"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상좌인 원융(圓融) 스님이 "스님, 이러한 때 스님의 경계는 어떠하십니까?" 물었을 땐 깊이 잠든 것 같던 성철 스님이 벌떡 일어나 뺨을 후려쳤다. 이마를 살짝 튕겨준 것도, 뺨을 후려갈긴 것도 모두 성철 스님이다.

성철 스님 25주기(10월 28일)를 맞아 제자 16명, 신도 20명 등 36명의 증언을 모은 '성철 큰스님을 그리다'(장경각)가 출간됐다. 불교 저술가 유철주씨가 2013년부터 2년간 만난 제자와 신도들의 증언은 조각 맞추기 퍼즐 같다. 전혀 달라 보이는 조각들을 한데 모으니 성철이라는 큰 그림이 그려진다.

맏상좌인 천제 스님은 1953년 9월 통영 안정사 천제굴로 성철 스님을 찾아갔다. 부친 49재를 마치고 나서였다. 스승과 제자의 고집 대결은 대단했다. 스승은 '상좌를 받지 않는다. 다른 스님에게 가라'고 했고, 제자는 '중 되려고 온 것이 아니라 큰스님 가르침 배우러 왔다'고 우겼다. 결국 10년 만에 스승이 손을 들고 처음 만난 장소를 법명(法名)으로 지어줬다.

성철 스님은 불 같은 성격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정한 면도 많았다. 제자가 경전이 어려워서 물어보면 자상하게 설명해줬다.(원해 스님) 평소 제자들의 식탐(食貪)을 질색했지만 때론 밤에 몰래 빵 먹다가 걸려도 작은 소리로 "많이 묵으래이"라며 웃어주고(원규 스님), 수십년간 기워서 입던 겨울 내복을 무심한 듯 던져주기도 했다.(원소 스 님) 원규 스님은 "밥 줄 사람한테는 밥을 주고, 매를 줄 사람한테는 매를 주는 분이 스승"이라며 "그런 점에서 성철 큰스님은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스승이었다"고 회고했다.

책은 비매품이다. "불교 책은 법보시해야 한다"는 맏상좌 천제 스님의 고집 때문이다. 대신 10월 24~28일 해인사에서 열리는 성철 스님 추모 행사 현장에서 3000권을 무료 배포한다.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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