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하는 꽃가루받이, 이젠 비누거품이 대신한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0.06.18 04:19

비누 용액에 꽃가루·영양제 혼합, 암술에 닿아 터지면서 꽃가루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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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를 담은 비누거품이 꽃의 암술에 앉은 모습. /AIST

꽃잎에 비누거품이 앉았다. 그 안에 과수 농가의 고민을 해결할 기술까지 담겼다.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의 미야코 에이지로 박사 연구진은 17일 셀 자매지인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비누거품을 이용해 사람과 대등한 수준으로 과수원의 배꽃에 꽃가루를 옮기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과수원에서 배꽃이 피면 사람이 꽃 하나하나에 일일이 붓으로 꽃가루를 묻히는 작업을 한다. 올해 과수 농가는 꽃가루받이를 할 인력을 구하지 못해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꿀벌마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급감해 상황이 더 악화됐다.

 

미야코 박사는 아이 얼굴에서 비누거품이 터지는 모습을 보고 비누거품으로 꽃가루받이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비누거품이 꽃에 닿으면서 터지면 그 안에 있던 꽃가루들이 암술에 달라붙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비누거품을 만드는 여러 가지 계면활성제 중에 A-20AB로 0.4% 농도 용액을 만들면 꽃가루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거품이 만들어졌다. 비누거품 용액에 배꽃에 필요한 영양 성분과 꽃가루를 함께 풀었다. 물총 형태 장비로 용액을 뿜으면 거품이 만들어지는데, 꽃가루들은 거품을 이루는 막의 안팎 표면에 달라붙었다. 연구진은 "거품 하나에 평균 2000개의 꽃가루가 담겼다"고 밝혔다.

 

미야코 박사는 배 과수원에서 비누거품으로 꽃가루를 살포하는 실험을 했다. 비누거품은 사람이 붓으로 한 것과 마찬가지로 95%의 꽃가루받이 성공률을 보였다. 비누거품이나 사람 도움 없이 그대로 둔 배꽃은 58%에 그쳤다. 비누거품으로 꽃가루받이를 한 지 16일 후 열매가 맺혔는데 크기나 모양도 사람이 꽃가루받이를 했을 때와 차이가 없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미야코 박사는 "꽃가루 분말이나 용액을 직접 살포하는 것보다 비누거품으로 꽃가루를 전달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고 쉬웠다"며 "꽃에 전혀 해를 주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미야코 박사는 앞서 꿀벌 감소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2017년 꽃가루를 옮기는 드론을 개발했다. 드론은 길이가 2㎝에 불과했지만 꽃과 충돌해 상처를 주는 일이 많았다. 연구진은 이번에 드론으로 2m 높이에서 비누거품을 살포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8/2020061800353.html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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