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남긴 흔적
지금은 한화 L&C 진해공장이 된 당시의 한국플라스틱(주) 진해공장을 건설할 때 철도인입선을 놓아야 하기에 철도청에 신청서를 제출하려면 설계도를 작성해야 되는데, 그 도면을 마땅히 그릴 사람이 한국화약 기획실에는 없었다. 마침 내가 경주공고에서 토목과를 나왔기에 그 일을 맡아서 철도인입선 도면을 그려서 제출했다. 그러고 보니 토목과 공부를 해서 첫 번째로 써먹은 결과였다.
그 뒤 경인에너지(주) 정유공장을 건설할 때는 인천 율도(栗島)에 발전소(324,000KW)를 짓기 위해서 원창동과 율도를 잇는 해중도로(海中道路 Causeway 5~6 Km) 건설을 위한 공유수면 매립공사를 해야 하기에, 그 신청서를 건설부에 제출해야 되는데, 그걸 또 그릴 사람이 마땅찮아서 내가 맡아서 그려 가지고 제출했다. 그로써 매립허가를 얻어 갯벌에다 이불장보다 더 큰 바위덩이를 몇 백 트럭씩 무척 많이 실어다 바다를 메워 둑을 쌓고 도로를 만들었다.
그때는 해중도로 양편이 갯벌이어서 한때는 투망을 들고 나가 숭어를 잡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때 바다 복판 길이던 것이 지금은 육지의 한가운데가 되어 어디가 어딘지 구별이 잘 가지 않으며, 지도의 율도 오른쪽의 가운데쯤, 동에서 서를 향해 횡으로 지나는 약간 길맛가지처럼 꼬부라진 도로가 그때 건설한 해중도로이고, 그 꼬부라진 지점에 포도를 재배하던 포도섬이란 자그만 섬이 하나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보니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실감난다. 사실은 벽해상전이 된 셈이지만......
진해에 건설한 철도 인입선은 지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비해 율도의 해중도로는 그 양편이 만조 땐 바다면서 간조 땐 갯벌이던 땅이 완전한 육지로 변해버렸으니 어디가 바다였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어졌다. 그로써 공업고등학교에서 배운 토목 실력을 발휘해서 지도를 바꾸는 일에 동참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공업고등학교에서 배운 토목, 제도(製圖) 실력을 어디다 써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한국의 산업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기에 생광스럽기조차 하고 보람이라 할 수 있다.
한화 L&C 진해공장 철도 인입선
율도와 원창동을 잇는 해중도로 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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