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발 하나만으로 강풍을 견디는 도마뱀. 연구팀은 태풍을 거치며 앞발 뼈가 긴 도마뱀만 살아남은 것을 확인했다. [사진 하버드대]

앞발 하나만으로 강풍을 견디는 도마뱀. 연구팀은 태풍을 거치며 앞발 뼈가 긴 도마뱀만 살아남은 것을 확인했다. [사진 하버드대]

 “어떤 생명체가 살아남을지는 자연이 선택한다. 이를 거치며 생명체는 천천히 진화한다.”
 
찰스 다윈이 주장한 자연선택설의 일부다. 자연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가 자연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는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생명체가 진화한다는 건 단순하지만 강력한 이론이다.

 
자연선택설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하지만 이를 증명하는 건 까다로운 일이다. 기린의 목이 길어졌다는 걸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선 수 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등 8개 기관이 참여한 연구팀은 허리케인으로 인한 도마뱀의 자연선택설을 확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2017년 발생한 5등급 허리케인 이마(Irma)와 마리아(Maria)에 주목했다. 허리케인 이마는 풍속이 시속 265㎞에 달했다. 마리아 역시 시속 200㎞로 강풍을 동반했다. 빠른 강풍이 도마뱀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이마가 찾아오기 나흘 전 쿠바 옆 카리브 해에 있는 터크와카이코스섬으로 향했다. 이들은 어른 손바닥 크기의 작은 도마뱀(학명 Anolisscriptus)의 앞ㆍ뒷다리 길이를 쟀다. 그런 다음 발바닥 중 빨판 역할을 하는 토 패드(toe pad) 면적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섬을 다시 찾았다. 허리케인 전과 후의 도마뱀은 큰 변화가 있었다. 허리케인이 섬을 거쳐 간 후 도마뱀의 앞다리 윗뼈는 길어졌다. 반면 뒷다리의 넙다리뼈는 평균적으로 짧아졌다. 토 패드 면적은 앞발과 뒷발 모두 넓어졌다.  
 
허리케인의 강풍을 견디는 데 적합한 신체를 가진 도마뱀만 살아남은 것이다. 연구팀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앞다리 뼈가 강풍을 견디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캐리브 해에 서식하는 작은 도마뱀.

캐리브 해에 서식하는 작은 도마뱀.

 
콜린 도니휴 하버드대 연구원은 “앞발 뼈의 길이는 허리케인의 강풍을 버텨낼 수 있는 움켜쥠과 관련이 있다”며 “토 패드의 면적 역시 도마뱀이 강풍을 견디는 것과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카리브 해 도마뱀을 통해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카리브 해 도마뱀을 통해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증명했다.

얼핏 보면 당연한 연구 결과라 생각된다. 하지만 다윈이 주장한 자연선택설을 단순하게 간결하게 보여주는 연구는 드물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됐다.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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