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관광 크루즈 호강 2
우리가 저녁 9시면 취침한다니까 자기는 늦게 자는 편이지만 9시가 되면 소등하겠단다. 이렇게 수월할 수가? 모든 것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그렇게 인생을 장난으로 살아온 모양이다. 뭐든지 심각하게 생각하는 법이 없다. 방귀가 나오면 조심하게 마련인데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고 붕붕 힘차게 뀐다. 잠이 들면 나보다 먼저 코를 골고, 밤마다 잠꼬대를 하면서 생시처럼 말을 하기도 했다. 잠꼬대 소리는 발음이 부정확한 법인데도.
대구 친구가 공군을 가게 되어, 전반기 교육을 마치고 휴가를 갔다가 공교롭게 맹장염에 걸려서 제날짜에 귀대를 못해 수술 후에 부대에 가니까 후반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최종시험 날이 닥쳐왔다. 배운 것도 없이 졸업시험을 쳐야 되자, 평소 눈여겨보아둔 동기생 한 명은 앞에다, 또 한 명을 옆 자리에 앉혀 놓고 컨닝(cheating)을 하였단다. 두 사람 것을 보고 적절히 섞어서 답안지를 써냈는데 며칠 후 부대장이 부르더란다. ‘이크 뭔가 터지나 보다!’ 생각하고 갔더니 최우수 성적이라며 악수를 청하고, 일주일 특별휴가까지 주더란다. 세상 참 장난스런 친구에겐 운도 따르는 모양이다. 베껴 쓴 것이 어찌 수석을 할 수 있느냐 말이다. 그리하여 배속된 곳이 대구 K2 비행장 관제탑이었다. 수석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보직이었지만 당자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지만 어쩌랴? 그러던 며칠 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미군기 한 대가 착륙을 시도했지만 계기 고장이라 시계(視界)비행을 할 수 있게 유도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아서 “무조건 구름 밑으로 내려오라.”고 했더니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내려가느냐”며 다급하게 반문했다. 그래도 “무조건 내려오라.”고만 외쳤더니 조금 있다가 “아 드디어 활주로가 보인다, 지금 착륙하겠다.”고 해서 무사했는데, 이튿날 미군 장교 하나가 지프차에 씨 레이션(C Ration) 등의 선물을 잔뜩 싣고
와서 “어제 미군기를 유도해 준 관제사가 누구냐? 사례를 해야겠다.” 하더란다. ‘복 있는 과부는 요강 꼭지에 앉는다’더니 참!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아마도 영어에 독일어, 에스파뇰쯤은 할 수 있는 친구인 듯싶다. 그걸 숨기고 있을 뿐.
젊었을 때 첫 직업이 화공약품 장수였단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눈을 치뜨니까, 주정을 증류할 때 퓨젤오일(두통의 원인 물질)이 나온다는 품이, ‘화공(化工)’이 전공인 나니까 알 법한 용어를 입에 올리는 것으로 봐서, 생판 엉터리는 아닌 성싶었다. 희석식 소주 공장이 전국에 널려 있는데(진로, 대선, 산, 무학, 경월, 보해) 거기에서 소주 제조에 필요한 감미료,
마실 때 넘기는 느낌을 부드럽게 하는 글리세린, 포도당, 구연산, 아미노산류, 솔비톨, 무기염류 뭐뭐 하며 갖가지 화공약품을 팔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화공약품 공부를 많이 했느냐니까, 그냥 하니까 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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