꽹과리도 못쫓아낸 가마우지떼, 독수리 연 띄우자 싹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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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서울캠퍼스 호수에 위치한 작은 섬(와우도)에 가마우지를 쫓아내기 위한 독수리 연이 떠 있다. 건국대 제공
한여름에 서울 건국대 캠퍼스에 사람보다 큰 독수리 연이 등장했다. 건국대 호수인 일감호 내 섬에 가마우지 수백 마리가 무리 지어 서식하면서 나무가 죽는 등 피해가 생기자 새를 쫓기 위해 설치됐다.
큰 독수리 연에 놀라 사라진 가마우지
1일 건국대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지난달 초부터 가로·세로 각 2m에 달하는 독수리 연을 호수 위로 날리기 시작했다. 호수 위 섬에 6m 길이의 대나무를 심은 뒤 그 끝에 1m 길이의 실을 매달아 연을 띄웠다. 가마우지 떼는 이 연이 뜬 이후부터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독수리는 가마우지의 천적이다. 날개를 펼친 형태의 독수리 연을 가마우지가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가마우지, 꽹과리 소리도 무시
학교 측은 2016년부터 가마우지 떼가 몰려들어 섬을 빼곡히 뒤덮고, 나무가 고사하는 피해가 속출하자 오랜 고심 끝에 연을 날려보기로 했다. 지난 4월 꽹과리 소리로 새를 쫓아내는 스피커를 설치했지만 효과가 없자 생각해 낸 방식이다. 스피커 설치 당시 가마우지는 멀리서 지켜볼 뿐 섬에 접근하지 않다가, 3일이 지난 후부터는 소리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독수리 연이 설치되기 전인 지난 5월 가마우지 떼가 건국대 호수 위 와우도의 나무를 뒤덮었다. 건국대 제공
배호봉 건국대 안전관리팀장은 “처음엔 수십 마리였는데, 올해 초엔 가마우지 400마리 이상이 날아와 호수를 뒤덮었다”며 “겨울에도 계속 상주하면서 학교에서 기르는 오리의 알을 먹고, 나무를 다 하얗게 만드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또 “광진구청에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유해조류가 아니라 방법이 없다는 답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가마우지, 철새에서 텃새로 변해
환경부에 따르면 가마우지 배설물은 산성 성분이다. 배설물이 쌓이면 나무가 하얗게 되고 심지어 죽기까지 하는 백화 현상이 나타난다. 가마우지는 주로 민물고기를 먹기 때문에 호수의 물고기 개체 수가 줄어들어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3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서울캠퍼스 호수에 위치한 작은 섬(와우도)에 가마우지를 쫓아내기 위한 독수리 연이 떠 있다. 건국대 제공
1999년 269마리였던 국내 가마우지 개체 수는 올해 초 1만8328마리로 급증했다. 가마우지는 철새의 한 종류로 알려졌지만, 기후 변화 등으로 텃새화가 되면서 개체 수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지방 저수지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수백 마리씩 무리로 출몰하면서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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