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선불 3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도 나는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산으로 땔나무를 하러 다녔다. 솔가리를 긁는 방법과 ‘장’을 만들어 지게에 지우는 법도 나무꾼들한테서 배웠다. 그리고 어른들이 톱으로 베어버린 나무의 그루터기를 뽑는 ‘까딩이 빼기’란 것도 하였다.
중학생이 되고 보니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들도 신사복이 없는 사람이 있었다. 한창 전쟁 통이라 신사복을 입고 다닐 형편이 못되었나 보다. 국어는 산내 사람 황영기 선생, 수학은 용명 단숯골 사람 윤영문 선생, 역사와 지리는 안동 사람 권영돈 선생, 영어는 ‘고내기(고양이)’ 상을 한 영감 선생, 영어 부강독(Side Reader)은 교장인 이상문 선생이 가르치고 과학은 신 팅이(신동하)라고 하는 사람이, 그리고 정 아무개 선생이 있었는데 그 선생은 대학 때 입던 학생복을 입고 교단에 섰다. 내가 그
걸 어떻게 아느냐 하면 검은 대학생복에 노란 단추가 5개 달려 있었는데 거기 내학(內學)이라고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내학이 내학이 아니라 큰대 자를 멋을 피우느라 큰대 자의 가로획을 길게 늘여 밑으로 꼬부리는 바람에 내(內)자로 보였던 것이다. 그때는 선생들도 다 고무신을 신고 교단에 섰다.
연희대학교를 나온 이상문 교장 선생의 철학은 ‘Do it now’로 뭐든지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하도록 하라는 말씀이었다. 부강독 교재는 ‘Fifty famous stories’라 참 재미있었다. ‘50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란 여러 나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를 모아 엮은 것으로 어린 중학생에게는 참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들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전교
생에게 오락 시간을 갖게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단상으로 올라가서 무슨 재주든 재주를 부리곤 했다. 옛날 얘기 들은 것도 요약해서 하고, 때로는 단상에서 즉석으로 지어내기도 했으며 하루는 알맞은 오락거리가떠오르지 않아, 머슴에게서 배운 방귀타령을 늘어놓기도 했다.
‘나간다, 나간다, 나간다, 나간다, 방구를 한 방 뀌고 나니, 눈초재기 조밥 내도 나고, 귀챙이 달구옴밥 내도 나고, 모구다리 진둥내도 나고, 포구다리 팥죽 내도 나고, 기성연 사타리 새 사향내도 나는구나.’ 이걸 표준말로 고쳐 보면,
<나간다, 나간다, 나간다, 나간다, 방귀를 한 방 뀌고 나니, 눈곱(에서) 조밥 내도 나고, 귀지(에서) 닭의 옴밥 내도 나고, 모구다리 진둥 내도 나고, 포구다리 팥죽 내도 나고, 기생년 사타구니 사이 사향내도 나는구나>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