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개 ‘동경이’가 지난 6일자로 문화재청으로부터 천년기념물 제540호로 지정받아 명실 공히 국가지정문화재 반열에 올랐기에 먼저 경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기쁘다.
물론 천년신라의 도읍지였던 경주에는 값진 문화유적과 유물이 너무 많아 국보와 보물, 사적과 중요민속자료 등 국가지정문화재 수도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 귀중함을 간과하고 살아가지만 오랜 세월 동안 전래돼 오던 중 멸종돼 가던 경주개 동경이가 쉽지 않게 천년기념물로 지정된 사실은 크게 축하해야할 일임이 분명하다.
증보문헌비고 제12권 등에 나오는 기록을 보면 고려시대 경주의 지명을 따 부르게 된 동경구(東京狗)지만 신라시대 토우(土偶)에도 꼬리가 짧은 개의 조각상이 다수 발견되기 때문에 원래의 동경이의 족보는 신라시대까지로 더 올라 갈수도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동경이의 특징은 주인에게 충성스러운데다 다부지고 날렵하며 외형은 진돗개와 비슷한 데다 사냥솜씨가 훌륭해 사람의 사랑을 받게돼 있다. 특히 경주개 동경이가 올해 천년기념물로 지정받을 수 있었던 과정에는 동경이를 아끼는 수 많은 경주출신 개인들과 기관과 단체들의 값진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잊지 말아야만 한다.
동경이가 본격적으로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제대로 알려지기로는 지난 2005년부터다. 또 서라벌대학이 제일먼저 관심을 갖고 단체로서는 처음으로 ‘동경이보존연구소’를 만들어 본격적인 동경이 연구에 나서면서 오늘의 결실을 맺을 수 있게 초석을 깔았음도 인정돼야만 한다. 이어서 2006년부터는 경주시의 협조로 동경이를 사육하는 가정에는 사료비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대학과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았기에 오늘처럼 천년기념물로 지정받을 수 있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특히 오늘의 천년기념물 동경이가 있기까지엔 몇 분 개인의 노력은 절대로 빼놓을 수 없다. 경주시 건천읍이 고향으로 향토문화분야에 조예가 있고 경주개 동경이에 많은 애착을 가졌던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김주석씨(75)는 1996년에 이미 ‘경주토종개 동경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동경이의 존재를 일깨웠다.
그는 논문에서 “광복 이전까지만 해도 경주에는 동경이가 많았으나 1950년 한국전쟁이후 수입 개들이 대량 들어오면서 잡종으로 변해 자취가 줄어들었다”고 기록했다.
이어서 동경이에 관심이 높던 경주시 동천동에 사는 박병후씨(52)도 1999년부터 전국을 돌며 경주개 동경이를 찾던 중 가까운 감포에서 동경이를 발견하고 이 개를 구입해 와 7년 동안이나 공들여 키웠기에 2005년부터 서라벌대학에서 보존연구소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된것이다.
2009년부터 <사>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회(회장 최석규)가 설립돼 동경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사육했으며 2010년에는 동경이를 한국견 제4호로 등록시켰다. 특히 2009년부터 해마다 한국경주개동경이품평회를 개최했는데, 2011년엔 대구시민공원에서 제3회 한국경주개동경이 품평회가 열려 인기를 모았다. 이때는 아시아지역 14개국에서 60개 종의 각종 명견 1000여 마리가 출전해 저마다 장점을 보여주는 가운데 동경이의 특출한 장점도 선보이는 등 경주개 동경이가 경주의 새 명물로 등장했다.
동경이는 꼬리가 없거나 있어도 5cm 미만으로 줄잡아 천년 전부터 ‘댕견’, ‘댕갱이’ 등으로 불리면서 면면이 명성을 이어오던 중 올부터 또 하나의 경주의 명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천년기념물인 경주개 동경이의 이름에 허물이 안 되도록 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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