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별세]
"밤섬 바라보면 마음 차분해져" 남다른 '새 사랑'
“한 종의 새가 멸종하기까지 100종이 넘는 생물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다고 합니다. 새는 생태계의 정점(頂點)에 위치하여 그 생태는 자연 환경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됩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새 사랑'은 LG상록재단이 2000년 발간한 '한국의 새' 인사말에서 알 수 있다. 구 회장은 대기업 총수로는 드물게 ‘탐조(探鳥)’를 취미로 즐겼다. 탐조는 자연 상태에 있는 새가 놀라지 않게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구 회장은 평소 자연·환경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구 회장은 ‘한국에도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조류도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의 새’를 기획했다. 일반 조류도감과 달리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을 적용해 새들의 세세한 특징과 구별방법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만들었다. ‘한국의 새’는 출간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탐조를 위한 필수 지침서로 꼽힌다.

구 회장은 1995년 회장 취임 이후로 LG 트윈타워 30층 집무실에 망원경을 놓고 밤섬에 있는 새를 관찰하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 그는 “여의도 사옥에서 내려다보이는 한강 밤섬은 겨울이면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아오는 도심 속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곳입니다”라며 “가끔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철새가 떼 지어 드나드는 밤섬을 바라보며 자연에 매료되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여유도 생기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라고 했다.
새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이 남겼다. 구 회장은 밤섬을 관찰하다가 1996년 독수리 일종인 천연기념물 243호 흰꼬리수리가 물고기를 낚아채는 장면을 최초로 발견했다. 천연기념물 323호 황조롱이가 트윈타워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사실을 알자 사옥 전체에 특별 보호령을 내리기도 했다. 황조롱이는 무사히 새끼를 부화시키고 자연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구 회장은 정원 가꾸는 취미도 가지고 있다. 서울 한남동 저택에 있는 정원을 원추리, 비비추 등 한국 자생꽃으로 직접 가꿨다. 곤지암리조트 이끼공원에도 많은 관심을 보 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 발언을 보면 평소 자연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은 대상을 주도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이 아닌 그 나름의 질서와 체계를 존중하고 보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라며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공존과 상생의 관계, 이것이 자연사랑과 인간사랑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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