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 아닌 자석?' 국내 연구진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자석 만들었다

                                         
 

“모터가 들어가는 모든 장비에는 자석이 들어간다. 자동차도 배도, 휴대전화 진동이 울리는 데도 자석이 작용한다. 기존의 무거운 자석을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리고 5년 연구 끝에 완성했다”

 
국내 연구진이 자성을 띈 플라스틱 자석을 발명했다. 플라스틱 성질의 유기화합물이지만 자석에 반응한다. [UNIST]

국내 연구진이 자성을 띈 플라스틱 자석을 발명했다. 플라스틱 성질의 유기화합물이지만 자석에 반응한다. [UNIST]

 
‘자성’을 띄는 플라스틱이 개발됐다. 이른바 플라스틱 자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백종범 교수 연구팀은 3일, 플라스틱 자석인 ‘p-TCNQ’를 발명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플라스틱 소재의 자석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 의견이었고, 영국 연구팀의 실패 사례도 알려져 더욱 주목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과학전문지 셀의 자매지인 '캠' 8월 2일 자에 게재됐다.
 
100kg 소재를 1kg으로...영국도 실패한 ‘가벼운 플라스틱 자석’
 
자석이 플라스틱이 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연구를 진행한 백 교수는 가볍고 내구성이 좋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100kg 소재를 1kg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자석이 들어가는 더 가벼운 자동차ㆍ배를 만든다면 더 적은 동력이 필요할 것이고,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자석 개발은 영국 연구진도 실패한 바 있다. 2004년 국제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연구 성공을 보고 했지만 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나 논문을 철회했다. 사진은 2001년 1월, 미국 플로리다 주 탈라 해시에 있는 국립 고자기장 연구소. [AP=연합뉴스]

플라스틱 자석 개발은 영국 연구진도 실패한 바 있다. 2004년 국제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연구 성공을 보고 했지만 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나 논문을 철회했다. 사진은 2001년 1월, 미국 플로리다 주 탈라 해시에 있는 국립 고자기장 연구소. [AP=연합뉴스]

가볍지만 내구성도 상당하다. 기존의 금속자석은 녹이 슬거나 온도가 올라가면 자성이 떨어지는 성질이 있었다. 그런데 플라스틱 자석은 부식되지 않고 온도가 올라갈수록 오히려 강한 자성을 띤다. 백 교수는 “금속 자석이 불에 잘 타지 않는 ‘내연성’ 면에서는 강할 수 있으나 플라스틱 자석도 최대 350도까지 버틸 수 있다”며 “보편적인 범위에서는 금속 자석을 상당히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자석의 분자구조. 높은 열을 가해, 안정적인 플라스틱 구조에 '자유전자'가 많아지도록 유도한다. 그 후 자유전자가 일렬로 배열되도록 해 자성을 띄도록 했다. [UNIST]

플라스틱 자석의 분자구조. 높은 열을 가해, 안정적인 플라스틱 구조에 '자유전자'가 많아지도록 유도한다. 그 후 자유전자가 일렬로 배열되도록 해 자성을 띄도록 했다. [UNIST]

이런 장점 때문에 플라스틱 자석 개발은 그동안 세계 여러 연구팀이 개발을 시도해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실제로 2004년 영국 더럼대 연구진은 국제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유기화합물로 플라스틱 자석을 개발했다고 보고한 바 있으나, 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져 논문을 철회한 바 있다.
 
몸에 흡수되는 중금속 대신, 배출되는 p-TCNQ
 
연구진에 따르면 p-TCNQ의 또 다른 장점은 '분자구조가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안정적이라는 것은 다른 물질과 결합할 필요가 적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화학반응을 일으키거나 부식될 확률이 낮다. 즉, ‘내화학적’이고 ‘내부식적’ 이다. 이러한 p-TCNQ의 특징은 의료계에서 흔히 쓰이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에 응용될 수 있다. 
 
p-TCNQ는 내화학성이 강해 인체에 축적되지 않는, 조영제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 보다 인체에 안전한 MRI 촬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5월 중국 심천에있는 시멘스 공장에서 한 직원이 자기공명장치를 수리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p-TCNQ는 내화학성이 강해 인체에 축적되지 않는, 조영제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 보다 인체에 안전한 MRI 촬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5월 중국 심천에있는 시멘스 공장에서 한 직원이 자기공명장치를 수리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MRI 촬영을 위해서는 '조영제'가 체내에 들어가야 한다. 조영제란 자성에 반응하는 물질로, MRI가 뿜어내는 자기장과 반응해 인체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조영제에는 대부분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 인체에 축적ㆍ유해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p-TCNQ는 인체 내의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작고, 그대로 배출되기 때문에 향후 의료계에서도 응용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자기공명영상을 찍기 위해서는 중금속이 포함된 조영제가 체내에 들어가야 한다. p-TCNQ는 몸 밖으로 배출이 쉬운 성질이라 체내에 축적되는 중금속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중앙포토]

자기공명영상을 찍기 위해서는 중금속이 포함된 조영제가 체내에 들어가야 한다. p-TCNQ는 몸 밖으로 배출이 쉬운 성질이라 체내에 축적되는 중금속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중앙포토]

백 교수는 “물질이 자성을 띄기 위해서는 내부의 '자유전자'가 일렬로 나란히 정렬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논문의 제1 저자인 자비드 무하마드 박사는 “p-TCNQ에서 자유전자를 ‘전자스핀공명(ESR) 분광법’으로 확인했다”며 “이들 전자스핀이  상호작용에 의해 나란히 정렬되므로 강자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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