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드론 야간비행 허가에 90일, 이런데 무슨 '혁신성장'인가

조선일보
               

    
입력 2018.06.26 03:18

국내 드론(무인기) 관련 업체 1200여 개의 연 매출을 다 합쳐도 300억원에 불과하다는 기사가 본지에 실렸다. 중국은 한 회사 매출만 3조원에 달한다. 1대100의 차이다. 기술 수준도 중국 등 드론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양과 질 모두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격차가 벌어졌다. 드론 산업 태동 초기엔 세계 상위권이라고 자부했지만 불과 몇 년 새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가 규제 때문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신산업에 대해선 사전 규제를 하지 않는 중국과 반대로 우리는 처음부터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는 접근법을 취했다. 드론 택배·택시 등 상용화에 꼭 필요한 비가시권 비행과 야간 비행도 금지하다가 작년 말에야 겨우 '당국의 특별 승인을 받을 경우'라는 조건을 걸고 허용했다. 하지만 승인받는 데 최장 90일이 걸리는 데다 절차·기준이 까다로워 사실상 드론을 띄우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군집(群集)비행이나 수직 이착륙 기술 등 한국이 앞섰던 분야도 규제에 묶여 해외 업체들에 역전당했다.

드론뿐 아니다. 구글의 자율 주행차는 1100만㎞를 달렸지만 한국의 자율차 주행 거리는 20만㎞에 불과하다. 중국은 스마트폰 등으로 의사 진단을 받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1억여 명이 이용하지만 한국에선 금지돼 있다. 수퍼 컴퓨터도 세계 상위 500대 가운데 중국은 206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미국에서 수입한 3대가 전부다. 인공지능·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의 대부분 분야에서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한참 뒤처졌다. 낡은 규제와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이 주범(主犯)이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내세우면서 규제 개혁은 말뿐이다. 한 달 전 문재인 대통 령이 "경쟁국들은 뛰어가는데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했지만 피부에 와닿는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 4년간 38번의 규제 개혁 과제를 정부에 제출·건의했지만 거의 시행된 것이 없다고 한다. 원격진료 금지처럼 그야말로 기본적인 규제조차 이 정부는 풀지 않겠다고 한다. 스스로 손발을 묶고 패배를 자초하다니 이 무슨 자해극인가 싶다.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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