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가꾸면 내 맘도 치유되는 ‘정원의 마법’

채민기 기자

입력 2021.10.09 03:00

킨포크 가든

존 번스 지음|오경아 옮김|윌북|352쪽|3만3000원

소설가 헤르만 헤세, 화가 클로드 모네,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모두 정원 가꾸기에 일가견이 있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우뚝한 발자취를 남긴 이들이 공통적으로 정원에 빠진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자연의 느릿한 리듬에 순응하는 과정이며 이는 사색과 관조를 수반하는 일종의 명상이다.

미국 라이프스타일 잡지 ‘킨포크’도 정원의 이런 의미에 주목했다. 편집장인 저자와 동료들은 일본 도쿄부터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까지 세계 14국 23개 도시를 돌며 자연을 삶에 들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 에세이에 담았다. 터키의 부부는 은퇴하고 원예를 배워 행복한 인생 2막을 즐기고, 파리의 가든 디자이너는 비좁은 아파트 옥상에 자신만의 자연 피난처를 꾸몄다. 가꾸는 식물의 종류나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정원 생활자들은 한결같이 정원의 치유적 효과를 이야기한다. “식물을 돌보는 일은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매일 집 근처 숲을 산책하고, 길에서 만난 식물과 꽃을 수첩에 그리고, 집에 돌아와 그 식물에 대해 찾아본다. 터키의 펨 구츨튀르크는 자신이 창업한 홍보 회사에서 은퇴하고 이렇게 식물을 공부하며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다. /윌북

‘가까운 사람들’을 뜻하는 킨포크(kinfolk)는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단순하고 자연 친화적인 삶을 지향하는 이들의 커뮤니티로 출발했다. 그런 삶의 일면을 보여주는 책과 잡지를 펴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책에 소개된 정원들 역시 소박하고 자연스럽다. 손바닥만 한 바구니에 꽂은 꽃 한 줄기, 사막의 가시덤불까지도 모두 정원의 일부다.

코로나 시대 들어 식물은 삭막한 집안에 생동감을 더해주는 존재로 주목받고 있다. 반려 식물을 염두에 둔 독자라면 ‘실내식물 관리법’ ‘뿌리를 내리게 하는 법’ 같은 실용적 조언에도 눈길이 갈 것이다. 정원을 가꾸려면 넓은 마당이 있어야만 한다거나, 아파트에서는 식물을 기르기 어렵다고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생활에 자연을 들인다는 것은 여건 이전에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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