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쇠제비갈매기, 안동호 인공섬에 둥지 튼 까닭은

조선일보

 

    입력 2019.04.23 03:01

    낙동강 보 수문 개방 후 서식지였던 작은 섬 사라지자
    市, 주민들과 모래섬 만들어 인공 구조물에 70여마리 번식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인 쇠제비갈매기가 국내 최초로 인공섬에서 번식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낙동강 보의 수문 개방 후 서식지를 잃은 쇠제비갈매기를 살리기 위해 경북 안동시와 시민들이 힘을 합한 결과다. 쇠제비갈매기가 인공 서식지에 깃들인 사례는 캐나다, 노르웨이 등 일부를 제외하고 매우 드물다.

    안동시는 경북 안동호(湖) 한가운데 띄운 1000㎡ 인공 모래섬(가로 50m, 세로 20m)에서 쇠제비갈매기 70여 마리가 번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14일 관찰 결과, 쇠제비갈매기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수직으로 곤두박질하거나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넘겨주며 구애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짝짓기를 마친 일부는 인공섬 모래에 둥지를 틀고 2~3개씩 알을 낳았다.

    지난 3일 오후 경북 안동호에 멸종위기종인 쇠제비갈매기를 위해 만든 인공 모래 섬이 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지난 14일 인공 섬에 날아든 쇠제비갈매기들. /권광순 기자

    쇠제비갈매기를 위한 인공섬은 지난 3월부터 설치에 들어갔다. 여름 철새인 쇠제비갈매기가 날아들던 안동호의 작은 섬은 최근 수면 10m 아래로 잠겼다. 정부의 보 개방 방침에 따라 안동댐에 물을 채워 발생한 사태였다. 서식지 일대를 관광자원으로 키워보려던 안동시에는 비상이 걸렸다. 시는 30억원을 들여 유람선 건조, 전망대, 쇠제비갈매기 조형물, 편의시설을 설치할 예정이었다.

    시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 인공 모래섬이었다. 인공섬 설치에는 시민들이 앞장섰다. 우선 띄우는 게 관건이었다. 어민 권오한(48)씨 등 안동호 어부 28명이 섬을 물에 띄울 플라스틱 구조물 2500개(1억원 상당)를 기증했다. "귀한 새들이 다시 안동호로 날아들게 해야 한다"는 어민이 많았다. 시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물에 뜬 구조물 위에 모래 120t을 깔아 기존 서식지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모래는 주민들이 뭍에서 퍼담아 등짐으로 날랐다. 호수 아래에 12개의 닻을 달아 섬을 고정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지난 6일 텅 빈 인공섬에 처음으로 쇠제비갈매기 7마리가 발견됐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은 "사라진 서식지에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번식을 유도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고 학술적으로 연구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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