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뭔가?

회고록 2019. 2. 23. 01:15


보낸사람

VIP주소로 표시하기사투리(주 석)<saturi76@naver.com>

불교가 뭔가”-경북대 특차 면접

 

 

  경북대학교에서 특차로 1957학년도 장학생을 뽑는다기에 지원을 했다. 합당한 과가 없어 수학과를 지원했다. 그때만 하여도 무슨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장래에 뭐가 되는지를 지도해 주는 사람도 없고 물어볼 데도 없었다. 전부터 해 오던 대로 나 홀로의 생각에 따라 지원을 했다. 장학생을 뽑는 방식은 필기시험이 아니라 고등학교 성적과 면접으로 결정한다는 얘기였다. 대구에 연고가 없었지만 어찌하다 보니 외가 쪽으로 먼 친척뻘이 되는 이종률이라는 어른 댁에 묵게 되었다. 그 어른은 나중에 경상북도 6대 교육감(1978년 취임)을 지낸 분이다.

 

 

  경북대학교의 시험관은 오용진 교수였는데, 그분은 지금 수학의 정석이란 책만큼 유명한, 그 당시의 고등학생들 필독 참고서인 대수의 왕을 집필한 분이었다.

 

 

  첫 번째 질문이 학생은 종교가 뭐야였다. 나는 서슴지 않고 불교입니다.”고 했더니, 곧이어 불교가 뭐야라고 하였다. 내 종교가 불교라고 한 것은 불교를 제대로 믿어서가 아니라, 절에 가서 빌어서 태어났고 일 년에 몇 번씩 주사암에 기도를 드리러 다녔기 때문에 했던 말일 뿐인데, 오 교수님의 질문에는 뼈가 있는 듯했다. “불교란 석가모니가 창시한 종교입니다.” “, 그래? 그럼 석가모니는 누구인가” “석가모니는 인도의 성자로서 이름은 고타마 싯다르타이고 불교의 개조로 29세에 출가하여 35세에 득도한 사람으로 부처라고도 합니다.” “부처란 무엇인가이렇듯 오 교수님은 내가 대답하는 말의 꼬리를 따서 질문을 던졌고, 맥도 모르는 나는 그때마다 아는 대로 대답해 나갔다.

 

 

  그러자 고타마 싯다르타는 누구냐” “깨친 사람입니다.” “깨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생로병사의 이치 등 인생의 본질을 스스로 깨달은 것을 의미합니다.” 하는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쉴 새 없이 퍼부었다.

인생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자네는 왜 사는가” “살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쉴 새 없이 퍼붓는 질문에 대하여 나도 질세라 부처란 무엇이냐 하면 세상의 이치를 깨친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하는 식으로 나름대로의 논리를 그때마다 폈지만 대 수학자요 철학가(수학을 깊이 연구하면 철학과 상통한다고 함)인 교수님은 벌써 내 머리꼭대기에 올라앉아 내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미리 꿰뚫고 있었던 모양이다. 알지도 못하는 녀석이 왕자, 가비라성, 생로병사, 출가, 고행, 대오각성, 성자’,

뭐 이런 것들을 두서없이 나열하며 떠들었으니, 말하자면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은 꼴이었다.

 

 

  한참을 가만히 듣고 있더니 이 사람아, 불교란 말일세, 뭐냐 하면…….” 하더니, 차근차근 불교의 교리와 깨친다는 뜻까지 설파를 해주었지만 이젠 그 얘기가 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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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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