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아이돌의 영어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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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30 03:16
핀란드어는 한국어와 같은 우랄·알타이 어족(語族)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영어 익히기 쉬운 여건이 아니다. 북(north)을 뜻하는 단어가 다른 유럽 언어에선 nor로 시작하지만 핀란드어만 poh로 시작한다. 하지만 국민 77%가 영어를 구사하며, 낯선 외국인이 영어로 길을 물어봐도 대부분 말이 통한다. 핀란드 영어 실력의 비결은 TV 시청이다. TV 프로그램 절반이 영어 방송이고, 미국과 영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더빙 없이 원어로 내보낸다. 영어나 핀란드어로 자막 처리를 하기도 한다.
▶세계에서 영어 잘하는 나라는 스웨덴·노르웨이·네덜란드·덴마크 등 북유럽에 몰려 있다. 이 나라들 방송사들도 영어 프로그램을 원어로 방영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니 '영어 울렁증'이 없다. 영국 BBC는 북유럽 시장을 겨냥해 'BBC노르딕'을 만들었다. 스웨덴 중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다. 사이먼 & 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팝송을 틀어주고 가사의 빈칸을 채우도록 했다.
▶수영 선수 박태환이 몇 년 전 영어 과외를 받은 적이 있다. 목표는 '금메달 땄을 때 외국 기자와 인터뷰할 정도'였다. 라이벌 쑨양이 영어를 구사하는 것에 자극을 받아서였다. 몇 달 교육으로 그 정도 수준이 됐다고 한다. 영어로 말하기 위해 난해한 성문종합영어 예문(例文)을 외울 필요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수십년째 그런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실용 영어를 도입하려 했지만 인수위 시절 위원장이 '오렌지가 아니라 아뢴지로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가 곤욕 치르면서 흐지부지됐다.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영어 실력이 화제다. 유학 경험도 없는데 미국 토크쇼에 나와 당당히 인터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알고 보니 '북유럽 스타일'로 영어를 배웠다고 한다. 한 멤버가 방송에 나와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처음엔 한국어 자막, 두 번째는 영어 자막, 세 번째는 자막 없이 시청하면서 공부했다"고 했다. 기획사에서 스파르타식 영어 학습을 시킨 결과라 하더라도 그게 바른 방향이다.
▶시카고대와 서울대 대학원을 나온 어느 미국인이 수능 영어 문제를 푼 적이 있다. 그는 쩔쩔매며 "어유, 말도 안 돼요. 영어가 아니더라고요"라고 했다. 케임브리지 학생은 "다른 나라 언어 같다"고 했다. 그런 영어 교육을 받으니 명문대 나와도 외국인 앞에서 입을 열지 못한다. 영어 교육이 길을 잃은 지 수십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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