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잘하는 브랜드 作名 사업가로 돌아가라

    호경업 산업2부 차장

    발행일 : 2019.01.23 / 여론/독자 A31 면

     

    10여 년 전 손혜원 의원을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브랜드 네이밍(naming) 회사 크로스포인트의 오너이자 대표였다. 인터뷰 계기는 그가 브랜드 작명(作名)에 탁월했기 때문이다. 소주 '참이슬' '처음처럼'뿐 아니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아기 기저귀 '보솜이', 화장품 '식물나라', 세탁기 '트롬'도 다 그의 작품이었다. 남산길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비결을 물었더니 그는 "인간의 욕망을 들춰내고 이를 이름과 연결한다"고 답했다. 이를테면 현대건설 아파트 브랜드 작명을 의뢰받고선 현대의 H로 시작하는 영어 단어를 찾다가 힐(hill·언덕)을 발견했다. 서양에서는 언덕에 고급 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부자인 경우가 많다. 그들과 같아지고 싶은 욕망을 힐스테이트란 이름에 담았다고 했다.

    인터뷰 기사 작성 이후 따로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 그가 정계에 진출하고 서울 마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을 보며 정치인으로 변신한 수많은 사례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목포 구(舊)도심 투기 논란이 벌어지고 이에 대한 해명을 보노라면, 그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아직도 사업가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 자신이 지금 뭘 하는 사람이고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그가 받는 핵심 의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간사로서 목포 구도심을 살리자고 공언하고 다니는 가운데, 남편이 대표로 있는 재단과 조카, 측근들이 20건이 넘는 그 지역 부동산을 집중 매입했다는 것이다. '사업가 손혜원'이 목포에서 똑같은 일을 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같은 공직자'는 공익과 충돌하는 사적 이익을 막아야 하는 이해(利害) 충돌 회피 원칙을 지켜야 한다.

    며칠 전 열린 탈당 기자회견에서 유·무죄를 떠나 이런 논란이 일어난 것에 대한 유감 표명이라도 할 줄 알았지만 그는 너무 당당했다. '의도와 별개로 공직자로서 처신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문화계에 영향을 미쳤다면 긍정적 영향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에도 사과는 물론 유감 의사라도 분명하게 밝힌 적이 없다.

    공직자와 기업체 임직원·대학교수·연구원 같은 사회 구성원들에겐 몸담고 있는 조직과의 이해 충돌을 피하도록 하는 제도와 도덕률이 있다. 회사 채용 담당자가 입사 지원서를 심사하면서 가까운 친척이 지원한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담당자는 채용 과정에서 빠진다. 우수 인재를 뽑아야 하는 책임과, 친척이 잘됐으면 하는 개인적인 생각에서 오는 두 가지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구매 담당이 협력 업체 고위직에 친척이 있다면 회사에 알려야 한다. 아니면 해고될 수도 있다. 대학 입학 논술 시험에서 경제학과 교수의 조카가 같은 과에 지원하면 자동적으로 그 교수는 논술 시험 채점진에서 제외된다.

    이런 원칙에서 보면 부동산 매입이 투기인지 아닌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최소한 목포 구도심 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본인 주변 사람들이 해당 지역에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지는 않도록 했어야 한다. 그래서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과 목포시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빈말조차 하지 않는 당당함은 더욱 많은 사람을 분노케 한다. 기본적인 공직 윤리를 갖출 생각이 없다면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원래 잘하는, 욕망을 다루는 브랜드 작명 사업가로 돌아가는 게 낫다. 단,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의혹은 그가 원한 대로 검찰에서 판단받아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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