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천댁(우리 어머니) 인생 수기
<가소롭다 인생살이 전생(前生)에 무슨 죄로
이 세상에 탄생할 제 하느님의 명령으로
아버님께 뼈를 빌고 어머님께 살을 빌어
억천(億千) 금을 지고 왔나 삼사오 세 부모 사랑
철모르고 뛰놀다가 구 세 구 년 원수로다
천신(天神)도 무심하고 일월(日月)도 무광(無光)이라
가련하다 우리 엄마 청천벽력 이 웬 일이냐
정월이라 이십 오 일에 세상을 하직할 때
세세 유언(遺言) 남김 말씀 저희 삼 남매와 사촌 형제 여러 남매
차별 없이 부탁이다 아버님께 남긴 유언
하늘같은 우리 낭군님과 백년해로 못 하옵고
강보(襁褓)에 어린것들 고이고이 길러내어
귀 가문에 출가 시켜 인의예절(仁義禮節) 그 가운데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들에 우애하고
친척들에 화목하기 자손 대대 유전이라
하늘같은 낭군님께 억만 사를 일임(一任)하고
세상을 떠나는 죄책감은 구천에 사무치니
지하에 돌아가서 백골이 진토(塵土)라도
영원토록 갚으리다.
원한 많은 우리 엄마 친정 부모 친정 형제
모두 모두 멀리하고 가정불화 무슨 일로
산도 설고 물 선 곳에 가군(家君) 따라 내 몸일세
친정 부모 망부하고 애타는 심정 울음 삼을 제
삼천리에 청조(靑鳥)가 끊었으니 목메어 하신 말씀
너희 외할머니께서는 멀고 먼 하늘 끝 붙은 곳에 계실 거야
아픈 마음 삼키고 타관객지 산내(山內) 골짜기에
자리 잡고 가는 세월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고 어질고도 착하신 우리 엄마
자손만대 누리시기 부처님께 빌건마는
전생에 무슨 죄로 이 세상에 오셨다가
우리들을 남겨두고 원통할사 우리 엄마
삼십 오 세 단명으로 영결종천(永訣終天)이 웬 일인고
철모르는 우리 남매 붕천 지통 끝이 없어
우리 엄마 불러도 대답 없고 울어도 말이 없어
언제 다시 오시려는지 명사십리 해당화
춘추 따라 오시려오 살강 밑에 흐른 밥이
싹트거든 오시려오 애고 답답 우리 엄마
솥에 안친 개가 꼬리 치면 오시려오
동솥에 안친 닭이 홰치거든 오시려오
보고 싶어 애걸한들 멀고 먼 황천길은
어찌 그리 야속한지 소리 없이 가는 세월
칠십여 년 흘렀구나 애지중지 흐른 세월
몽중엔들 잊을손가
연연 세세 달이면 달마다 날이면 날마다
육체 고통 심적 고통 뉘를 잡고 원망하랴
개천을 원망 말고 눈 어두운 전생의 죄라
아픈 마음 삼킨 세월 밑도 없고 끝도 없어
여우를 피하면 호랑이라 산은 갈수록 태산이요
물은 갈수록 청수로다
이십 청춘 무정세월(無情歲月) 어찌하면 효도할까
적승(赤繩) 가난 의지 없어 없는 것은 많사옵고
있는 것은 무불(無不)이라 진진 약질 가는 허리
치마끈을 졸라매고 생가 양가(生家養家) 선대 조상 후대 조상
생가 부모 양가 부모 굶주리는 그 시절에
효도하기 어려워라
가치 없는 인생살이 선심 공로(善心功勞) 없사오니
전생차생(前生此生) 지은 죄를 천 겹 만 겹 짊어지고
일신 고통 끝이 없네 고통 받는 죄 중생이
부모님께 효도했나 부모 동기 연하 친척(年下親戚)
앞앞이 은혜 입고 은혜 보답 못했으니
그도 또한 죄 아닌가
배고프니 밥을 줬나 목마르니 물을 줬나
크고 많은 죄악 중에 하늘같은 낭군님께
열녀 행사 못했으니 인간 세상 죄악 중에
불효 죄가 으뜸이라 일평생을 돌아볼 때
죄만 지고 왔나 보다
친형제도 시형제도 베푼 것이 바이없고
아들 딸 사 남매도 어미 구실 한 것 없이
차례차례 다니면서 골탕만 먹이다니
무거운 병을 싣고 간 곳마다 마음만 아프구나
갈수록 잊지 못할 죄책감은 딸자식 하나 천덕꾸러기
황소같이 부려먹고 갈팡질팡 소금이 쉬는 듯이
아무 데나 시집을 보내 육체 골탕 심적 골탕
모두가 어미 죄라 구천에 돌아간들
이 죄목을 잊을손가 고통 받는 죄악 중생
지옥이든 천당이든 나의 갈길 거기인데
인간의 제(除)가 나서 장부도살 맞을라
열 두 대왕 큰 문전에 우람하고 두려워라
가련하신 우리 부친 오십 향수 이 웬일이냐
졸지에 붕천지통 천지가 아득하여 경경 불매 환심이라
착할세라 우리 형님 십삼 세 어린 나이
구 세 사 세 삼 남매가 아버님을 의지하고
엄마 역할 책임질 제 아버님의 거동 보소
가엾을사 너희들을 누구에게 전장할까
지리산 갈가마귀 게 발 물어 던지듯이
심신 산골 오막살이 삼 남매를 남겨두고
식수사분(食水四奔) 우리 부친 동서 팔방 집을 삼고
사해 팔방 조석(朝夕)이니 그 고생이 얼마일까
일 년 삼 백 육십 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천 리라도 걸으시고 만 리라도 걸으시니
천신만고 우가 풍상(千辛萬苦 ??風霜)인간 세상 뉘 알손가
철모르는 우리들은 먼 산 보고 한숨 짓고
오늘이나 오시려는지 내일이나 오시려는지
학수고대 기다릴 제 밤도 길고 해도 길다
눈 위에 손 들어 얹고 일구월심 애걸할 때
문전에 기침 소리 아버님의 귀가 시에
반갑고 즐거워서 아픈 마음 삼킬 적에
아버님의 인자지정(仁者之情) 목메어 하신 말씀
이것들아 아니 죽고 살아 있나 하시면서
동지섣달 설한풍(雪寒風)에 한 길 빠져 두 길 빠져
십생구사(十生九死) 오셨건만 효심이 유달하시어
금일이 선조부모 기일(忌日)이다 떡쌀 담가 떡을 하고
제물 준비 정성 드려 제사 모시자 하시는 말씀
효심도 장하시고 자식들에게 본보기라
완고하신 아버님께 가지가지 받은 교훈
삼강오륜 잊지 않고 세세생생 명심하고
두 손 모아 비옵니다
장할시고 우리 형님 이 세상에 탄생할 때
무슨 인연 지중(至重)하여 삼 남매가 태어나서
부모 슬하 자라날 때 어정 칠월 둥둥 팔월
무정세월 보내다가 어여뿔사 인생살이
십 삼 세 어린 나이에 어머님을 여이시고
의지할 곳 바이없어 어린 동생들 끼어 안고
밤이 되면 무서워라 두려워라 목을 안고 매달릴 때
구곡간장 어떠하리 십생구사 살아날 제
의지할 곳 바이없어 진진 약질 수족으로
첩첩 산중 얼음 계곡 도끼뿔로 찍어내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얼음 구멍에 빨래할 때
오리발 같은 손바닥은 꽈리 같이 부르터져
갈가리도 터졌으니 쓰라리고 따가우며
그 고통을 겪을 적에 우리 엄마 유명이 허사가 된들
저 아픔을 모르실까 구천(九天)은 이 수(里數) 없어
한 번 가니 못 오시네 네 살배기 어린 동생
엄마 생각 표정 못해 천장 보고 한숨지으며
누나 간장 녹인 세월 첩첩 소회 맺힌 원정
무슨 수로 달랠손가
눈물겨운 그 세월도 어언간 삼 년이라
무정할사 아버님요 대담하신 원력(願力)으로
십 오 세 어린 나이 고가문(高家門)에 출가시켜
맏며느리로 보낼 적에 남의 집 맏며느리는
탕국이 주인이라 자랑스레 보내시니
우리 형님 어진 심정 철모르는 저 동생들
뉘를 믿고 떠나가며 홀로 계신 아버님은
누구에게 의지할까 여자 일생 가소롭다
애지중지 다 버리고 산도 설고 물 선 곳에
돋은 길은 낮게 밟고 낮은 길은 돋게 밟아
시댁 문전 배향할 때 앞앞 전전 조심이라
층층시하 시집살이 효행하기 어렵삽고
시댁 형제 여러 자매 차별 없이 거두려네
밤도 낮도 쉴 사이 없이 흐른 세월 천만 고초(苦楚) 다 받으며
구 남매 맏며느리로 우가 풍상(風霜) 겪을 적에
구곡간장 다 썩이고 완고하신 시부모님
분별없이 누우실 때 남 모르게 삼킨 눈물
치마 치마 반물 치마 눈물지어 다 적신들
어느 누가 알았을까 금지 골몰 우환으로
차례차례 보살피며 많은 자매 출가 시에
그 골몰은 적을쏘냐 착하신 우리 형님
선행(善行) 닦은 공덕(功德)으로 슬하(膝下)에 육 남매를
보옥(寶玉) 같이 두었으니 인의예절(仁義禮節) 분명하고
효도 효심 지극하니 거룩할사 영광이라
두 손 모아 축하하며 만수무강 비나이다
애지중지 우리 형님 철천지(徹天之) 못난 동생
팔십 평생 입은 은혜 보답은 못할지언정
걱정만 남기오니 죄책감을 짊어지고
드릴 말씀이 없사외다
가련하다 인간 사회인간 칠십 고래희(古來稀)인데
우리 형제 가엾어라 팔구십을 등에 지고
슬하에 애월 근심 남김 없이 싹싹 쓸어
우리 형제 갈라 쥐고 만경창파 깊은 물에
근심 걱정 저버리고 높고 깊은 저 언덕을
자제(自制) 없이 넘어 서서 천당 길에 배웁시다
가치 없는 죄악 중생 선심 공덕 못했으니
일신 고통 받나 보다 흘러간 수십 연도
연연 세세 악몽인들 누구에게 호소할까
일 년 삼 백 육십 일에 길한 날이 언제인지
수수 승환 나의 심정 말 못하고 기절이라
천장 보고 한숨 쉬고 연초 불에 삼킨 고통
죄 없는 연초 불은 나의 심정 알았을까
이 세상에 못난 인생 내 위에 또 있을까
가고 가는 허송세월 가정불화 억만 고초
남에게 굿 보일라 가지 가지 웃음거리
속절없이 타는 심정 치마폭을 무릅쓰고
열 손가락 입에 물고 아홉 폭 치마 자락
이리 덮고 저리 덮고 일문 일답 다툼 않고
천지에 못난 인생무 슨 인연 지중하여
이 가문에 주부로서 사람 행세 어려워라
뿌린 종자 저버리고 죽자 하니 죄악이요
살자 하니 막막하다 완고하신 우리 부친
불효 여식 출가 시에 남의 가문 출가해서
삼강오륜 잘 지키고 유자손 교양하기
신신 부탁하신 정곡 일편단심 새겨 두고
아득한 이 가정을 어이하여 바로잡나
못나고도 여지(餘地) 없어 애지중지 허송세월
밑 없는 독에 물을 여다 부으며 비단옷 입고 밤길을 걸었으니
야속하다 나의 인생 전생에 무슨 업(業)을
이 세상에 지고 와서 부부 단합 손발 맞춰
천사 만서 제외하고 슬하에 사 남매를
보옥 같이 양육하며 남의 발에 밟힐세라
남다르게 가르쳐서 만인간에 으뜸 되고
이 가문에 명문 높여 조상님의 부실 전통
자자이 소멸하고 잘 배워라 잘 지켜라
썩은 전통 맹세하고 못나고도 못난 어미
시험 때를 맞이하면 도와 줄 길 없어
일심 정력 당황하여 동지섣달 설한풍(雪寒風)에
새벽마다 계명 시(鷄鳴時)에 개천에 가 목욕하고
부처님께 기도한 듯 그도 또한 욕심이라
도리어 죄이올른지 알음이나 있을는지
일차 이차 낙방이라 낙심 천만 못난 어미
능력도 없으면서 그날 그날 애심 끝에
삼차 시험 합격이라 기쁘고도 반가워서
비상천(飛上天)을 할 듯하다 반가움이 앞설 적에
아쉬움이 서렸구나 한양 천리 생소한 곳
의지할 곳 전혀 없고 타향살이 텃세 값
따돌림을 당할세라 가지 가지 상심이라
이부자리 의복 가지 학비도 여유 없이
그 고생이 오죽할까 공부가 무엇인지
지지리도 못난 어미 병을 주고 약을 준다
조바심을 못 참아서 경경불매 아픈 마음
삼사월 긴긴 해에 보리밭 골에 주저앉아
호미 자루 움켜쥐고 손발이나 만졌으면
저 자식이 고생 없지 야속할사 나의 인생
폭우 같이 흐른 눈물 고랑 고랑 다 적시고
점심참에 일어설 때 산천도 우시고
초목도 젖을세라 말없이 삼킨 눈물
씻고 닦고 흔적 없이 시비 문전 들어설 제
인자하신 어머님께 우승 꽃이 없사오니
누구에게 의지하며 허둥지둥 가는 시간
저녁나절 통학 시에 어린 자매 가방 메고
문전에 들어서며 엄마 엄마 찾을 적에
한편으로 반가우나 너의 오빠 학교 생활
궁지 골몰 하나 보다
그날 그날 흐른 세월 어언간 사 년이라
충주 비료 시험 칠 제 얽히고 설키던 일
인연이 없었는지 아득한 그 고비도
시간이 해결하고 한국화약 합격 시에
내 살았다 소리칠 때 웃음꽃이 활짝 피고
명랑한 그 목소리 어제 같이 분명하다
이 공로도 자리 잡고 개접 많은 직장 생활
앞앞 전전 눈치코치 쥐꼬리 같은 월급 받아
부모 봉양 절차 밟고 여러 동생 불러 올려
안간힘을 다하여서 차례차례 공부시켜
책임 완수 다했으니 그 고생이 적을소냐
흘러간 자국마다 모든 것이 어미 죄라
일신 고통 받나 보다 가지 가지 계유한들
남길 것이 유언이라 맏형은 부모 대신
극진히 위로하고 삼 형제 모두 모두
일심 단체 명심하고 삼강오륜 잘 지켜서
자손만대 유전 하라
나는 또한 이 세상에 선심 공로 못했으니
홍안백발 짊어지고 일신 고통 끝이 없다
산 너머도 산이 있고 물 너머도 물이 있고
장군 나자 용마인데 나의 병은 약이 없다
이 고통을 짊어지고어 느 자식 찾아가며
어느 문전 의지할까 천만 고통 다 버리고
일평생 겪은 소회 유감도 없고 원한도 없고
서러움도 없이 모두 모두 훨훨 털고
나의 갈 곳 지하로다 세계 중천 일월 고개
장애 없이 불러 주소 할 수 없고 속절없다
밤이 가고 날이 샌들 오는 고통 어이할고
년도 년도(年度) 수 년도에 우환 덩치 어미 두고
삼 남 일 여 모두 모두 효도 효심 하건마는
한 치도 보람 없이 너무도 죄스럽다
혈혈단신 어미 심정 누구보다 광아는
병든 어미 부여잡고 얼거렁 줄거렁
돈도 들고 힘도 들고 폭우에 속 썩히고
이슬비에 옷 적신 줄 어미로서 모를손가
나의 손자 우리 현수 나의 손녀 우리 유정이
유정곡이 남달라서 병든 할미 회복하기
두 손 모아 기도하고 할머니 죽지 마라
아무 데고 가지 말고 오래 오래 같이 살자
기특하고 착할세라 인생 일사 황혼인데
아니 가고 어이하리
혈육의 인연이라 곁에 간 것은 스치고
먼데 난 것은 비친다고 그물이 삼천 각이라도
벼릿줄이 으뜸이라 보옥 같은 장손자(한수)야
공무에 사로잡혀 음성도 아쉬워라
귀염둥이 우리 병수 공부에 열중하라
사람 칭칭 아쉬워라 손자 손녀 외손자와
증손자 증손녀 귀염둥이 재롱둥이
남과 같이 두었건만 병든 일신 귀천 없어
오는 진통 못 참아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한 숨 지면 저승인데 어느 날짜 부르실지
공로 없는 중생이나 고통 없이 불러 주소
하루 이틀 그날 그날 이 세상이 지루하다
가고지고 가고지고 이수(里數) 없는 구천지하
공로 없어 이러한가 광대 천하 너른 세상
나의 갈길 막막하다 무거운 병을 싣고
어느 자식 의지할고 행여나 인간은
속고 보자는 생각으로 카토릭 병원에
약을 쓴들 천행일까 돈만 쓸까 그도 또한 염려로다
그러나 대안이는 수십 년을 여러 회사 충실하고
열심히 공로가 높았건만 시대를 미비할 뿐
연령도 다 되었으니 수십 년 흐른 세월
말 못할 사정도 많았을 것 크나큰 공로를
수십 년을 짊어지고 사고 없이 물러선 일
다행히 축하한다 무식한 어미로서
한편은 섭섭하다
유수 같이 흐른 세월 정축(丁丑 1997)년도 저물어 가고
신년을 맞이한들 고통 받는 이 중생이
무엇이 즐거울까 고향 산천 뒤로 두고
정든 터전 나의 집에 언제 다시 돌아올까
부모 대신 우리 형님 구십 향수 짊어지고
몇 년이나 사실런지 작별의 인사도 못하고
천리 원정 먼 먼 길을 자식 따라 나는 간다
인생살이 가소롭다 나의 평생 살던 집에
영결종천 떠나려 고이 자리에 머물면서
죄책감만 미련하다 한 부모가 열 자식은
하나같이 기르되 열 자식은 한 부모 힘겨운 줄
나도 역시 모를쏘냐 미련한 어미 두고
고생도 많았으니 모두들 건강하고
만수무강 부귀공명 길이 빈다
대안아 물러선 자리에 가서 허리 굽혀가며
(건강)보험증 관계로 돈도 들고 힘도 들었을 텐데
엄마는 미련하고 죄스럽다
독산동(禿山洞) 집을 짓고 두서없이 헤맬 적에
피부병(대상포진)으로 골탕 먹고 그도 또한 모자라서
자식들 앞앞이 가지 가지 애심이다
성촌이도 물리 치료 받을 적에 달포가 되도록
준협이 어미는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 다니느라 수고도 많았고
어려운 살림살이 돈 들고 힘겨워서
약값은 월부가 끝났는지 표적은 숨골에 차돌은 삭았으나
관절병은 그 정도다
전생에 무슨 인연으로 나 같은 어미 만나
며느리들도 앞앞이 골몰하고 딸자식도 애태우고
시형제도 친형제도 앞앞이 은혜 입고
한 치의 보답 없이 죄책감만 남기오니
아픈 마음뿐이로다
사 세(四歲) 동이 나의 동생(이경오) 세월이 여류(如流)하여
자녀 간 칠 남매를 남부럽잖게 두었건만
시대를 잘 못 만나 사해 팔방 거주하니
팔십을 돋아 밟고 중노동은 끝이 없어
어떻게 유지하나
만고에 없는 우리 남매 이 사람아 이 사람아
전생에 무슨 인연으로 우리 가문 인연 맺어
십오 세 어린 나이에 철모르는 개구쟁이 시동생들
금옥 같이 길러 내어 모든 이에게 칭찬 받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친척들에 화목하며
남녀 간 칠 남매 를인의예절 빠짐없이
삼강오륜 잘 가르쳐 앞앞이 인사 받고
어버이를 높이건만 한 평생을 살다 보니
금전은 육대주에 돌고 돌아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건마는 아쉽고도 아픈 마음
영아를 잊을쏘냐 천만사(千萬事)를 짊어지고
철모르는 두 형제를 양육하며 청춘 고생을 어이할고
영아야 못난 고모는 너의 깊고 깊은
정곡도 보답 없이 고통에 헤매면서
너의 앞날을 두 손 모아 길이 빈다 인정사정 다 버리고
눈시울이 뜨겁구나
친가 혈육 시가 혈육 종형제 종질들도
수 수 십 명 되건마는 인생 황혼 나로서는
다시 보기 어렵구나 인생이란 일생 일사
올 때도 빈손이요 갈 때도 빈손이라
모두 모두선심 공덕 잘 지켜서
불도량(佛道場) 불보살(佛菩薩)님 공양할 제 능력대로 성심대로
일전도 재물이요 망개도 과실이라
불도량을 잊지 마라
엄마는 수 삼 년을 병고에 누웠으니
여러 분의 은혜만 입고 베푼 것이 바이없고
선심 공덕 못했으니 이 것 또한 죄 아닌가
칠성동 김 서방댁은 무슨 인연이 소중한지
보잘것없는 나를 부모같이 섬기면서
먹을 것이랑 약이랑 현찰이랑 불경이랑
일심으로 베푼 정곡 감사한 부담은
어깨가 무거워서 오는 것을 반대하며
이러한 짐을 지고 나로서는 저 세상 왕천수를
못 건너간다 하면 아쉬운 대답으로
이 세상 뜨신 다음에는 걸음을 거두리다 하나
시시 때때 전화로 일가족들 안부하니
놀라운 사람이라 자기 앞도 복잡한데
인정이 새롭구나 이러한 불경기에
모상(母喪)에 사십구제(四十九祭) 효행으로 모신 후에
생활 사정 할 것 없이 아들 둘이 대학교
입학 시키나 보다 나는 또한 이 세상에
매정한 중생이라 마음에 보답도 없이
미련만 삼키면서 사람 구실 한 것 없고
생각사록 불효 막심 만고 없는 우리 부친
하해 같이 깊은 은덕 만 분의 일이라도
구십 향수 하셨건만 신 술 한 잔 냉수 일 배
극진 공경 못했으니 인간 세상 죄악 중에
불효가 으뜸인데 후회한들
심중에 맺힌 원정 구천에 들어가서
불효 여식 첩첩 소회 무슨 면목으로 뵈오리오.
아득한 만년 장춘 궁지 골몰 그 시절에
유순하던 시동생들 남다르신 정곡이라
어려운 우리 가정 우리 형수 고생한다
우리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남과 같이 살아 보자
억척 같이 돈을 벌어 의식 걱정 면하려니
야속할사 일생 일사 이수(里數) 없는 저 세상을
한번 가니 소식 없고 가엾어라 우리 새댁
부모 동기 의지 없이 오 남매를 성취하고
사 대 봉친(奉親) 지극 정성 일심 정력 놀라운데
이국(異國) 땅 조카들까지 선심 공을 다했으니
나도 또한 자네에게 선심 공덕 은혜 입고
손위 된 도리 없고 마음만 아프구나
유정곡이 남다르신 건천 숙부 숙모
대안이 공부시킬 적에 일심 정력 다했건만
성의가 부족한지 슬하에 사로잡혀
제 발등에 불 끄다가 인정사정 보답 없고
무능한 나도 역시 애지중지 입은 은덕
보답은 못할지언정 수삼 년 병고에 신음하며
걱정만 끼치오니 죄책감을 남기면서
황혼을 재촉하나 선행 닦은 공로 없어
정토 대 문전에 장부(帳簿)가 사라졌나
내 집에 가서 고이 잠들면 그 아니 복이건만
무식한 너의 어미 일신 고통 헤매면서
눈동자도 소경이고 수족인들 온전하나
무슨 유언 남길쏘냐 유수 같이 흐른 세월
팔십여 년 걸어온 길 돌아서니 허황하다
우가 풍상 첩첩 소회 누구를 보고 설화 하리
겉이 썩어나니 알지 속 썩는 걸 뉘 알소냐
속절없는 자랑거리 남이 알면 웃음 짓고
금수라면 눈물짓네 가지 가지 행화초라
무엇을 자랑할고 조상님의 높은 은덕
만년 장춘 금비인데 자자 호호 기화초를
유자손에 전할쏘냐 세세 원정 할 수 없고
일신 과보 자랑이라
너희들 삼 형제를 골탕만 남긴단다
홍망중에 필을 드니 선후가 차례 없고
눈시울만 뜨겁구나 모두들 부귀공명
수명장수두 손 모아 길이 빈다
엄마가 후천에 입고 갈 수의는 일체 건천 숙모께 맡겨 두었다
얘들아 보잘것없는 터전이나 엄마가 일평생 정들이고
때 묻힌 이 집은 너희들 삼 형제가 말년에
고향땅 태생지에 돌아와서 가치 없는 엄마
치마폭을 무릅쓰고 자국 자국 남긴 자리
유산으로 생각하고 삼 형제 모두 모두 주인이다
대대손손 이 터전에 부귀공명 누리기를
두 손 모아 길이 빈다 모두들 원기 왕성
부귀공명 길이 빈다
귀염둥이 현수야 착하고 귀여운 유정이 내 손녀야
용모들도 그립고 음성도 귀에 쟁쟁
광아야 육칠 세 귀염둥이 일곱 시 오 분
낭랑한 그 목소리 어제 같이 명랑하건만
유수같이 흐른 세월 너도 역시
부러진 반 팔십이 넘었건만 무정한 너의 어미
몇 십 년을 살 줄 알고 갖은 효행 다하면서
올 걸음 줄 걸음 애지중지 없는 시간 주름 잡아
대궐 같은 그 가옥을 가지 가지 보호할 제
양잔디도 백만 원어치 뿌렸으면 사철나무 심을 때
인건비 합쳐 수십만 원 들었으니
아득한 무정 세월만년 장춘 기대 하고
금지 골몰 겪을 적에 유순하던 시동생들
유정곡이 남달라서 빈천한 우리 가정 우리 형수
고생살이 언제나 면하리까 우리도 남과 같이 노력해서
빈곤 빈천 면하려고 타향살이 수 억 만 리
북만주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우가 풍상 다 겪으며
유수 같이 가는 세월 억척 같이 돈을 모아
힘대로 능력대로 논을 살 때 언제나 고향 땅에 묻어 두고
많지 않은 우리 동기 우리 형수 슬하에 이별 없어
죽어도 고향 땅을 명심하고 내 문전에 묻은 토지
표적은 있건마는 가격은 헛수고라
고향 고향 남긴 유언 눈시울만 뜨겁구나
인생살이 춘몽이라 잠시 반짝 귀천으로
슬하에 자녀간 남부럽잖게 두었으며
생활 유지 자랑 시에 야속할 사 일생 일사
졸지에 붕천 지통 천신도 무심하고
일월도 무광이라 이수(里數) 없는 저 세상은
한번 가니 소식 없네
가여워라 우리 새댁 홀홀단신 홀로 앉아
부모 동기 의지 없이 갖은 책임 짊어지고
오 남매를 성취시키고 사대 봉친 지극 정성
일심 정력 놀라운데 이국 땅 조카들까지
선심 공덕을 다했으니 나도 역시 자네에게
은혜 공덕 만 분의 일이라도 한 치의 보답 없이
죄책감 남긴단다 병든 인사 수 수 년에
친동기도 시동기도 앞앞이 은혜 입고
걱정만 끼쳐 오니 이도 또한 죄 아니냐
무한한 인생살이 유수 같이 흐른 세월
자국마다 지은 맹세 돌아보니 새로워라
인간 세상 만물 중에 부모 동기 으뜸이라
귀중하고 소중하다 억조창생 많사오나
부모 동기 나는 곳은 한 곳 외게 없사오니
부귀공명 이 아닌가 박씨 엄마 고마워요
외로운 삼 남매두 형제를 탄생해 주신 은혜
황공 감사 깊은 심정 동생을 두 형제를 얻었으니
장중에 보옥이요 옥반에 구슬 같이
은을 준들 살 수 있나 금을 준들 살 수 있나
부모님께 효도하고 동기간에 울타리라
태산 같이 믿었더니 나의 복이 그 뿐인지
인연이 다했는지 내 동생아 내 동생아
이수 없는 저 세상을 말없이 떠난 후에
구천지하 멀고 멀어 소식이 단절한가
슬하에 조카들은 부귀공명 누리기를
만수무강 길이 빌며
귀중하다 송포 동생 수수 승한 가정 살이
어월 근심 많사온데 유정곡이 남달라서
병든 중생 나를 두고 갖은 동정 다 하건만
인정 사정 무시하고 한 치의 차도도 없이
오는 고통 어이할고 전생 차생 지은 죄로
이 고통을 받나 보다 선행 닦은 공덕 없이
요단강 황천수를 어찌하여 건너 갈고
아미타불 대자비하신 원력으로 신선 도사 계신 곳에
세계 중천 일월 고개 중에 없이 불러 주소
나무아미타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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