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

관심사항 2018. 6. 23. 08:33

[Why] 졌잘싸

조선일보                              

  •     
    입력 2018.06.23 03:01

    [Why 사전]

    Why 사전 일러스트
    '졌잘싸'는 '졌지만 잘 싸웠다'의 준말이다. 결과적으로는 패배했지만 강팀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거나 일취월장한 모습이 나타났을 때 사용한다. 1승 1무 1패를 하고도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한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지상파 방송에서 처음 쓰였다는 게 정설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승놀모보(승부를 떠나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졌지만 희망을 보았다'가 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큼 잘 싸웠기 때문에 선수들은 지고도 박수받는다. 지난 2016년 인간 대표로 구글 알파고와 바둑 경기를 벌여 1승 4패를 한 바둑 기사 이세돌이나, 올해 2월 평창에서 여제(女帝) 자리를 놓고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와 스피드 스케이팅 명승부를 벌인 이상화 선수가 대표적 졌잘싸이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주요 경기마다 경기력에 상관없이 이 말을 남용해서일까. 졌잘싸를 일종의 '정신 승리'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프로의 세계에서 졌잘싸는 의미가 없다' '더 이상 졌잘싸는 필요 없고 제발 좀 이겨라' 하는 식이다. 아무리 잘 싸웠어도 패배했단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지난 18일 우리 축구 국가 대표팀이 스웨덴과 벌인 월드컵 첫 경기에서 0대1로 패배했다. 유효 슈팅 0개의 맥 빠지는 졸전에 네티즌들은 졌잘싸는커녕 답답함의 탄식만 내뱉었다. 세상의 욕은 다 먹고 있는 신태용 감독.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꺾은 멕시코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오늘밤 기적적 승리를, 그게 아니라도 모두가 손뼉 칠 수 있는 졌잘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Posted by 사투리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