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없는 독학자와 언어 狂人… 세계 최고의 영어사전을 만들다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 19세기 옥스퍼드 사전 편찬 그려

김성현 기자

입력 2021.05.28 03:00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영어라는 언어가 전부 내 손에 달렸어.”

1857년 영국 런던의 언어학회에서 영어에 관한 모든 것을 수록하는 사전 편찬 작업에 착수한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등재 기준과 범위를 놓고 논쟁이 끊이지 않는 바람에 20여년간 교착 상태에 빠진다. 골머리를 앓던 학회는 정식 학위 없는 언어학자인 제임스 머리(멜 깁슨)를 편찬 책임자로 임명하는 승부수를 던진다. 그는 러시아어·히브리어·아랍어까지 외국어에 능통하지만, 열네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독학으로 공부한 약점을 지니고 있다. 머리는 “가방끈 짧은 시골 포목상 아들한테 큰 기회가 생긴 것”이라며 의욕에 불탄다.

6월 2일 개봉하는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은 영국판 ‘말모이’인 옥스퍼드 사전 편찬에 얽힌 실화를 다룬 시대극이다. 영화에서 머리는 “인용문을 찾는 작업에 서점·학교·직장·가정에 있는 온 국민을 동원하자”라는 기상천외한 제안을 내놓는다. 남북전쟁의 상흔으로 정신 질환에 시달리던 미 군의관 출신의 윌리엄 마이너(숀 펜)가 영국 남부의 감호소에서 이 소식을 접하고 편찬 작업에 동참한다. 예일대 의대 출신인 마이너는 밀턴의 ‘실낙원’ 같은 고전에서 다양한 인용문을 찾아내는 비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영국에서 무고한 행인을 총으로 살해한 죄로 수감 중이었다. 결과적으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독학자'와 ‘살인자'의 합작품인 셈이다. 이들의 사연은 영국 작가 사이먼 윈체스터의 논픽션 ‘교수와 광인’으로 국내에도 소개되어 있다.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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