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간 딸이 아이를 낳았다는 기별을 받고
산바라지하러 딸네 집으로 달려갔다.


마침 사위가 대문 앞에서 마당을 쓸고 있었다
장모가 사위에게 물었다
"여보게 사위! 그래 무엇을 달고 나왔는가?"

"사위는 입이 댓 발은 나와 가지고
"헌 구멍에서 새 구멍 나왔소"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장모는 사위가 너무 괘씸해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딸의 시아버지가 나오는 게 아닌가
마침 잘 만났다고 속으로 벼르면서


"아니 아들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레
그냥 딸아이 낳았다고 하면 될 것을
헌 구멍에서 새 구멍이 나왔다고 하는 거요?
고약한 놈!" 이라고 하자

사둔 왈
"아니 사부인께서는 첫새벽부터 거시기 꼴리게
헌 구멍, 새 구멍, 이야기는 왜 하시요?"

장모는 너무 기가 막혀
할아버지인 사둔 어른 방으로 쳐 들어가


"이 집안은 도대체가 어떤 집안이길래
사위나 그 애비나 똑같냐?"고 하자

사둔 어른은 젊잖은 목소리로
"어인 일로 사부인께서 아침부터
흥분을 하고 그러시우?" 하고 묻는다.

장모 왈
"아니 사위 놈한테 무엇을 낳았냐고 물으니깐
헌 구멍에서 새 구멍 나왔다고 하지를 않나?


그 애비는 새벽부터 거시기 꼴리게
헌 구멍 새 구멍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를 않나
도대체 딸 시집을 잘 못 보냈다"고 말하자

사둔 어른은 눈물을 뚝 뚝 흘리면서
"이제 난 죽어야 할 때가 다 되었나 보다"고 한다.

장모는 깜짝 놀라며
"아니 사둔 어른 어째서 우십니까?" 하고 묻자

사둔 어른 왈
"아침부터 거시기 이야기에

구멍 이야기를 들어도
거시기가 안 서니

이제 죽어야 할 때가 다 된 것 같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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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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