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투티 이야기]
암컷 분비물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 천적 막는 생존 전략이에요
입력 : 2021.06.30 03:30
후투티
▲ /위키피디아
대구 계명대학교는 얼마 전 '후투티'<사진>를 학교의 공식 상징새로 정했어요. 최근 몇 년 새 캠퍼스에 자주 나타나 학생들과 친숙하고, 예로부터 지혜와 행운을 가져다주는 새로 여겨졌기 때문이래요. 머리의 깃털이 바짝 선 모습이 인상적인 후투티는 원래 중부 지방 이북에서 드물게 보이던 여름 철새였지만, 요즘엔 봄·가을철에도 볼 수 있고 남부 지방에서도 발견돼요.
후투티는 깃털도 멋지고 색깔이 화려해서 새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후투티라는 이름은 '훗' '훗' 하는 울음소리에서 유래됐대요. 원래는 논밭이나 야트막한 산에 주로 살고 큰 나무 구멍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요. 하지만 환경 적응력이 좋아서 농촌 주택 지붕이나 처마에 둥지를 틀기도 해요. 그래서 대학 캠퍼스에도 나타난 거예요. 후투티의 기다란 머리 깃털을 '도가머리'라고 하는데 평소엔 뒤로 누워 있지만, 흥분하거나 놀라면 위로 바짝 세워져요.
후투티는 종종 딱따구리랑 혼동되기도 해요. 딱따구리처럼 나무줄기를 두 발로 기어서 올라가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부리 모양이 확연히 달라요. 후투티의 부리는 길고 아래로 살짝 휘어져 있는데, 먹는 습성과 관련되어 있어요. 후투티는 퇴비나 가축 배설물 위에 앉아서 부리를 찔러 넣고 그 안에 있는 벌레를 찾아 먹거든요. 후투티는 요즘이 번식철인데 한 배에서 알을 5~6개 정도 낳아요.
후투티가 사는 곳은 유럽·아프리카·아시아에 골고루 퍼져 있어요. 그래서 고대 이집트와 중국, 페르시아, 이스라엘의 오래된 문헌에도 등장해요. 후투티의 도가머리가 학식 있는 사람들이 쓰는 모자를 연상케 해서 현명하고 지혜롭고 귀한 새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후투티의 둥지에선 고약한 냄새가 많이 난대요. 후투티가 지저분해서가 아니라, 특별한 생존 전략 때문이랍니다. 이 새의 분비샘에선 기름이 흘러나와서 깃털을 잘 다듬고 물에 젖지 않게 도와줘요. 그런데 후투티 암컷에게선 기름과 함께 특별한 갈색 물질이 나오는데 마치 썩은 고기 같은 냄새가 난대요. 이 물질의 고약한 냄새는 알과 새끼를 노리는 육식동물들의 침입을 막아준대요. 또 둥지에 깔아둔 이끼와 나뭇잎, 깃털에 살고 있는 기생충도 퇴치하죠. 안전과 위생이라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는 셈이에요. 후투티가 새끼를 키우는 동안엔 어미 몸에서 이 물질이 계속 나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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