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15.(금) 부산

회고록 2019. 2. 25. 01:06

03. 15.() 부산

 

 

어제 저녁에 늦도록 놀았던 관계로 좀 늦게 일어났다. 이제 그 꿈 많던 대학 입학시험도 끝나고, 그저 합격자 발표 날만 기다리고 있는 나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뭐 있나? 이번에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어지간하면 합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만일 패배한다면 한 해를 썩어야만 할 것인가

 

 

03. 16.()

김수사(김행자의 4촌 남동생)와 함께 풍조원에 가니 칠면조에 사랑 앵무 등 수십 종의 잘 우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이번에 내가 대단히 기대하고 온 무한발전기 제작에 필요한 기계나 기구는 하나도 사지 못하고, 경주 집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나주 정 씨 할머니는 어제 친정인 통영으로 갔고 나만 안동 고모님과 함께 24열차 2등실에 몸을 실었다.

 

 

  830분 그때 학술 숙부님이 신문을 한 장 내 앞에 내어민다. 그것은 대구매일신문으로 15(어제) 신문인데도 벌써 경북대학교 합격자의 명단이 실려 있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내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못났을망정 우리 경주공고에서 수석이요 나로서도 자존심이 있는데, 이러한 비보를 받고 보니 더 이상 무엇을 어쩌리오. 학교에, 부모에, 선배에, 친구에게, 대할 면목이 서지 않는다.

 

 

   공부밖에 몰랐던 고교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사실 나는 공부밖엔 아무 것도 몰랐다. 어떤 학생들은 연애도 걸고 술도 먹고 담배도 피우는 즐거운 시절이었다고 어제 저녁 김영선이라는 서울대학교 졸업생이 이야기했는데, 나는 이 방면에는 전혀 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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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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