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3개, 컴퓨터 언어… 해병대보다 힘든 대학생활 될 것”
태재大 염재호 초대 총장 인터뷰
“보통 공부를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대학 와서도 전공 과목 열심히 외워 중간고사, 기말고사 보면 다 잊어버리죠. 그런데 스마트폰 나오면서 외울 필요도 없어졌고, 이젠 일도 AI(인공지능)가 대신 해주니 결국 아이디어, ‘네 생각이 뭐냐’를 갖고 승부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교육도 완전히 달라져야죠.”
오는 9월 개교하는 태재대학교의 염재호 초대 총장은 25일 본지 인터뷰에서 “AI 시대에 맞게,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미래형 대학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교육부에서 설립 인가를 받은 태재대는 국내에서 11년 만에 탄생한 ‘4년제 사이버대학’이다. 인구 감소에 지방대 소멸 위기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새 대학이 출범한 것이다.
태재대는 여러모로 독특하다. 재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캠퍼스 없이 수업 대부분을 온라인·메타버스에서 하는 ‘하이브리드(hybrid·혼합) 대학’을 표방한다. 대학 4년간 한국을 거점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에서 각각 한 학기씩 머무르며 공부한다. 입학 정원은 총 200명(한국인 100명, 외국인 100명)에 교수만 100여 명이다. 모든 수업은 20명 미만의 소규모 토론으로 이뤄진다. 염 총장은 “석박사급 연구진이 모든 온라인 수업을 녹화, 분석해 ‘A학생은 비판적 사고는 강한데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 ‘B교수는 학생에게 주도권을 잘 주지 않는다’ 식의 개인별 피드백을 주는 철저한 맞춤형 교육을 할 것”이라고 했다. 소위 ‘철밥통 교수’도 없다. 세계 유수 대학에서 영입한 교수들도 철저한 평가를 바탕으로 3년마다 재계약한다.
태재대는 한샘 창업자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나라를 먹여 살리는 1% 인재를 키우자’는 뜻이다. 1년 학비는 4만5000달러(약 6000만원) 수준. 염 총장은 “돈 벌려고 만든 학교가 아닌 만큼, 능력과 열정이 있는 학생은 재학 중은 물론 졸업 후 대학원 진학, 창업까지도 지원할 계획”이라며 “우수 인재가 돈 없어서 못 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영어, 제2외국어 두 개, 컴퓨터 언어, 토론 등 대학 생활이 해병대보다 더 힘들 수 있다는 점은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수년 내에 하버드, 스탠퍼드 대신 태재대를 가겠다는 말이 나오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