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박완서가 찾아 헤맨 싱아, 꽃이 피다
김민철 선임기자
입력 2020.09.08 11:14
싱아는 박완서 소설의 상징과도 같은 식물입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싱아는 여덟 살 소녀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로 많이 읽힌데다 교과서에도 실리면서 이제 싱아를 잘 모르는 국민은 있을지 몰라도 싱아를 들어보지 못한 국민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래 동영상은 싱아 꽃입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코흘리개 시절부터 스무 살 대학생으로 6·25를 겪기까지 과정을 담은 자전적 소설입니다.
작가는 고향(경기도 개풍)에서 자연과 더불어 지내다 여덟살때 엄마 손에 이끌려 상경해 국민학교에 입학합니다. 고향에서 마음껏 뛰놀던 소녀가 갑자기 서울 현저동 산동네에 틀어박혀 지내니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덟살 소녀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는 것이 싱아입니다. 아래는 상아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끊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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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의 한 산에 싱아 꽃이 피어 있다.
싱아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소설 초판을 낸 후 이같은 궁금증이 많았는지, 개정판 표지 다음에 작은 싱아 그림과 함께 설명을 붙여 놓았습니다.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1미터 정도로 줄기가 곧으며, 6~8월에 흰꽃이 핀다. 산기슭에서 흔히 자라고 어린잎과 줄기를 생으로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나서 예전에는 시골 아이들이 즐겨 먹었다.>
요즘에도 싱아는 쉽게 찾기 어려운 식물입니다. 옛날에는 싱아가 밭 주변이나 하천가 같은 곳에 많았는데, 그런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요즘에는 산에 가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위 꽃 핀 사진과 동영상은 충남 예산의 한 산에서 담은 것입니다. 싱아 자체가 보기 쉽지 않은데, 꽃이 핀 것은 더 드물더군요. 산 중턱에서 이 싱아 무리를 발견하고 정말 기뻤습니다. ^^ 아래 사진은 꽃 피기 전 싱아 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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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아 줄기. 봄에 찔레꽃 필 무렵 이 줄기 속살을 먹을 수 있다.
왜 하필 싱아일까요? 작가는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서 “책 중에 싱아란 소리는 네 번 밖에 안 나오는데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싱아가 중요한 건 아니다. 싱아는 내가 시골의 산야에서 스스로 먹을 수 있었던 풍부한 먹거리 중의 하나였을 뿐 산딸기나 칡뿌리, 새금풀(괭이밥)로 바꿔 놓아도 무방하다”며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내 어린 날의 가장 큰 사건이었던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에서 거스르고 투쟁하는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받은 문화적인 충격이랄까 이질감에 대해서다. 나는 아직도 그런 이질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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