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凍傷)
하기 좋은 말로 ‘김주석이는 부잣집 자식’이었지 실속은 없었으니, 겨울에 내복이 어디 있으며 양말인들 어디 옳은 걸 얻어 신을 수있었으랴. 내복이 없다 보니 헐렁한 저고리 소매 사이로 찬바람이 들락거렸는데 손싸개(장갑)는 없어도 토시는 있었던 것이 기억나는데, 그것은 팥죽색이 나는 천에다 솜을 둔 토시였다. 학교에 갔다가 하늬바람을 맞받으며 5리 길을 돌아오면 제일 시린 곳이, 귀 끝, 발끝, 손끝과 은밀한(?) 부위 끝이었다. 처음에는 시리다가 아리고 따갑다가 나중에는 결국 아프기까지 한 것이 추위와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이었다. 그러자니 귀 끝도 얼어서 퉁퉁 부어 동상에 걸렸었고, 발끝과 손끝도 얼어서 퉁퉁 부었다. 처음 얼었을 때는 퉁퉁 부었는데 차츰 시간이 지나면 근지럽고 나중에는 진물이 질질 나기도 하였다.
동상약이 변변한 것이 없었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사다 쓸 형편이 아니었기에, 이한치한이라고 손발이 언 것은 찬 기운으로 빼야 한다면서, 두부를 쑤고 남은 ‘조피순물’이나 마늘을 따먹고 남은 줄기를 삶은 물을 살얼음이 얼 정도로 밖에서 식혀 가지곤 거기다 손발을 담그는 것이 약이라면 약이었다. 그 차디찬 살얼음 낀 물에 손발을 담그면 아려 오는 맛이 여간 참기 힘든 노릇이 아니었다. 그렇게 별별 수단을 다 써 봤지만 동상은 전혀 낫지 않았고 피부만 시퍼렇거나 거멓게 변해 갔으니, 어쩌랴! 참는 도리밖에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을……. 결국 봄이 돼서야 저절로 나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이 약인 것이 동상이란 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