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월천댁 안어른 3

 

 

어디서 뜻하지 않게 무슨 동티가 터지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에만 젖어 있었다. 어디서 뭐가 투다닥 하고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도 간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고, 누가 큰소리만 내도 또 무슨 날벼락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평생토록 한번 기 펴고 살아보질 못했고 소탈하게 허허 하면서 뱃가죽이 당기도록 웃어본 적도 없다. 9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18살에 결혼할 때까지 9년 동안, 특히 사춘기에 받은 극도의 스트레스가 평생의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은 대단한 것이어서 90살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상청에서 여럿이 함께 곡을 할 때면 어머니의 목소리만 유독 서럽게 들렸던 것엔 그만한 이유가 거기 있었던 거다.

 

 

월천댁은 어휘가 풍부하고 비유나 표현력이 뛰어나며 일상 대화에서 속담을 많이 이용하였다. 내가 정리한 경주 속담·말 사전에 실린 속담의 8~9할은 어머니 월천댁의 말에서 수집한 것이다. 경주 지역어 대사전에 수록된 말에도 희귀어휘 대부분은 월천댁 말이 예문으로 채록되었다.

 

 

어머니는 매일 새벽이면 기도를 드렸다. 어머니는 기도 끝에 자손들 이름을 줄줄이 모두 다 부른 뒤 맨 마지막엔 남의 눈에 꽃이 되고 잎이 되라.’고 끝맺었다. 이 이야기는 권실이가 2018년 어머니 기일에 미사를 드리고 생각난다면서 가족 단톡방에 띄웠다. ‘남의 눈에 꽃이 되고 잎이 되라.’는 말씀은 우리 가족 모두가 살아가며 새겨야 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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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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