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옥돌과 함께 경주의 삼보(三寶)로 불린 괴짜 중의 괴짜 춘강 ‘정만서’-건천이 배출한 걸출한 재담가, 정만서 이야기는 경주의 매력적인 문화자산
진정한 괴짜가 그리운 시대, 포복절도 재담가였던 정만서는 반드시 기억해야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330호입력 : 2018년 02월 22일(목)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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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에 출간된 ‘경주사람, 천하명물 정만서’. |
ⓒ (주)경주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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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보짐 메고 정처없이 지향없이/ 하늘을 지붕삼고 반평생을 떠돌면서/ 메마른 마음을 술로 달래가며/ 너털웃음 웃어가며 너털웃음 웃어가며/ 사라지는 정만서//’김용만, ‘주선 정만서’, 1961년 발표된 대중가요.
경주가 낳은 해학가인 정만서(1836~1896) 설화는 이처럼 대중가요에까지 수용됐다. 포복절도 재담으로 정중앙을 누리다가 간 인물.
봉이 김선달과 함께 영덕의 방학중, 영남의 정만서로 불린 최고 캐릭터가 바로 정만서다. 정만서는 가난하고 초라했지만 성품은 대범하고 거리낌이 없었으며 독특한 행동과 해학으로 당대를 흔들었다. 경주 문화유물 ‘삼기와 팔괴’중 삼기에 넣을 정도의 명물이라고 회자됐던 이였다. 한 인물의 재담이 유산으로 남아있는 경우는 드물다. 정만서는 재담판의 대표 재담가 캐릭터다. 재담형 캐릭터는‘인문학적 상상력, 문화 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고전 지식을 겸비해 새로운 웃음을 창조하고 다양한 재미를 섞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꾼’을 뜻한다.
본지 1278호(경주재발견 128회)에서는 괴짜 중의 괴짜 조선시대 마지막 해학가, 건천 출신 ‘정만서’라는 제목으로 경주말의 원형과 활용을 입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는 김주석 선생이 발굴한 조선시대 마지막 해학가 ‘정만서’ 이야기를 소개한 바 있다. 경주말로 구연되어 온 유명한 이야기꾼 정만서의 생애와 자취에 대해선 1278호 기사를 참조하면 되겠다.
이번호에서는 경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 강석근 소장의 자문과 함께 ‘경주사람, 천하명물 정만서(강석근 편)’을 참고해 정만서의 문화유산 자원화, 즉, 오래된 웃음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문화자원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과 많은 이야기 유산을 남긴 정만서에 대해 살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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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만서의 12대조였던 정자당 문집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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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서부(평양)에는 봉이 김선달, 조선의 남부(경주)에는 정만서... 반도 인물의 쌍벽” 정만서는 본관은 동래며 ‘양반이 사는 마을’이란 뜻의 건천읍 고지(高志) 마을에서 태어났다. 정만서는 병신년(1836) 탄생해 다음 번 병신년(1896)에 저세상으로 떠났으니 딱 60 평생을 살았다. 본명은 용서(容瑞)이고, 자는 만서(萬瑞)였다. 호는 춘강(春岡)을 썼다. 정만서 구전 설화 이야기의 대부분은 촌철살인 격으로 상황 논리에 강하고 재담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전설은 긴박하게 폭소를 나아내고 주정적인 동감을 자아낸다.
정만서는 한국구비문학대계에 많은 이야기가 채록돼 있고 김주석의 ‘거꾸로 본 세상’ 등 책으로 이미 출판된 바 있었으나 정만서에 대한 단행 논문은 없었다. 이에 정만서에 대한 단행 논문집이 지난 1월 ‘경주사람, 천하명물 정만서(경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 강석근 편)’로 발간됐다.
강 소장은 ‘경주사람, 천하명물 정만서’ 서문에서 ‘그는 자신을 불국사, 경주 옥돌과 함께 경주의 삼보(三寶)라고 자칭했던 괴짜 중의 괴짜였다. 정만서는 구미산을 배경으로 태어났는데 수운 최제우 선생(1824~1864)과 함께 살았던 동시대 인물이었다. 그는 우리나라 대표적 골계(滑稽, 익살을 부리는 가운데 어떤 교훈을 주는 일)였다. 그는 작은 키에 천연두 자국이 난 곰보였고 매독에 걸려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고 한다. 만년에는 현릉 참봉에 제수되고 61세로 천명을 다한 뒤에는 가선대부에 오른 흥미로운 인물이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경 ‘엉터리들’이라는 책을 출간한 ‘해양어부’는 “조선의 서부(평양)에는 봉이 김선달이 있고 조선의 남부(경주)에는 정만서가 있는데 이들은 반도 인물의 쌍벽”이라며 “천년왕도의 예터인 경주 문화유물에는‘삼기와 팔괴’가 있는데 정만서는 삼기에 넣을 명물”’이라고 했다.
강 소장은 “이 논문집은 경주말로 채록된 정만서 이야기 입니다. 정만서라는 인물을 경주의 명물로 브랜드화 하자는 취지였고 그런 의도로 기획한 것”이었다고 했다. “이 논문집 발간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이 콘텐츠에 집중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전국적 인지를 높이려면 적은 예산이라도 연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 소장은 또, 학술대회를 여는 것과 함께 경주에 필요한 아이디어 창출은 학계에 맡기고 ‘활용’에 가치를 둬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중요한 문화 자원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가치를 우리가 창출해줘야 한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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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0년 경 ‘엉터리들’을 출간한 ‘해양어부’의 표지와 내표지에 정만서의 이야기가 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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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사람들은 토박이 말 활용하면서 정만서의 구전 설화 구연하고 의미 강화” 경기대학교 김헌선 교수는 ‘정만서 구전설화의 면모와 의의’에서 ‘정만서는 방학중과 비교되는 인물로, 방학중은 영덕, 영해, 강구 등에서 이름을 알리고 무덤이 발견됐다.
정만서는 경주 근경을 중심으로 활동한 이지만 중앙 무대인 서울에 일찍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정만서와 김선달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남과 북에서 각기 일정한 구실을 하면서 저마다의 특성을 드러내고 중앙에 진출했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경주 사람들은 토박이 말을 활용하면서 정만서의 구전 설화를 구연하고 의미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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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건천읍 용명리 산 149번지에 있는 정만서 묘소. (우)정만서 묘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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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의 공격성과 야유성 보여준 재담가, 스토리텔링 분야 동시다발로 진행돼야” 세명대학교 이창식 교수는 ‘재담가로서 정만서의 가치와 수용’에서 ‘춘강 정만서는 경주가 낳은 해학가다. 그는 오래된 웃음의 대표 캐릭터다. 정만서의 일화를 통해 재담가 면모를 보면, 사회의 주변부에서 입말로 웃음을 던져준 파격적 인물이다. 정만서의 이야기를 기록한 설화집이 20세기 전반부터 나타난 것은 그때까지 널리 알려진 인물로 이야기판, 이야기 주인공이 된 것으로 추적된다. 경주 말투, 사투리를 포함한 그의 인기있는 재담 전승은 한 흐름을 형성했다. 천부적 재능은 건달형 재담가로 충분히 평가할 요건을 갖추었다.
그는 일탈의 공격성과 야유성을 보여준 재담가였다’고 하면서 정만서에 대한 스토리텔링 분야가 동시다발로 진행되어야 하며 정만서와 그 이야기는 경주 문화 자산으로서, 분야별 활성화 차원에서 스토리텔링에 주목해 웃음파크테마킬러 콘텐츠 만들기를 주문했다. 또, ‘정만서라는 오래된 미래 잠재자원을 전략적으로 발굴하고 매력적인 장소성을 부각시켜야 한다’면서 아울러 재담 대회를 통해 재담가 발굴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로운 지역문화 괴짜 명물로서 정만서의 웃음판은 많은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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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경주사람, 천하명물 정만서’ 집필자 회의에서(왼쪽 두번째 강석근 소장, 세번째 김주석 선생). (우) ‘경주사람, 천하명물 정만서’ 출판기념회가 지난 1월에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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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서 이야기는 경주를 빛낼 새롭고 훌륭한 콘텐츠적 소재” 강석근 소장은 “우리 주위에는 분명히 잘못되고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심하게 노는 악동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그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를 무시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동조하며 쾌감을 느낍니다. 이런 인물을 트릭스터(Trickster)형 인물이라고 하는데 정만서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경주에서는 미지의 인물에 속하지만 정만서는 관련 자료도 많고 연구 기회가 많습니다. 정만서 이야기는 경주를 빛낼 훌륭한 콘텐츠적 소재입니다”라면서 우리의 열의에 따라서 머지않아 경주를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봉이 김선달은 이미 유명한 이고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습니다. 이에 반해 정만서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거의 생소한 인물이었고요. 그는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 인물로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사람입니다. 파렴치한에서부터 매우 지혜로우면서도 이 세상을 반골적 기질로 보기도 했지만 본질을 꿰뚫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요”
정만서 이야기로 경주말을 현창하는 사업 중 하나기 때문에 더욱 그 가치가 돋보이고 있는 차제다. 현대는 가치가 다양한 시대다. 다소 특별하게 삶을 살았던 이들이 요즘 더욱 각광을 받는 시대기도 하다. 진정한 괴짜가 없는 시대에 괴짜를 희구하는 것은 그들을 통해 대리 만족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강 소장은 정만서와 데칼코마니인적인 인물이 또 있다고 했다. 12대조인 정자당의 발견이 그것으로 정만서로 환생했다고 할 정도로 비슷한 인물이라고 했다. ‘척당불기(倜儻不羈, 기개가 있고, 뜻이 커서 남에게 눌려지내지 않음을 이르는 말)를 전형적으로 한 이라고. 그 역시 괴짜로서 인정받은 이여서 매우 흥미롭다고 전했다.
“힘없는 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일들을 반전을 통해 뒤집는 것에 대해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억눌린 이들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꽉 막힌 상황을 꿰뚫어주는 소통의 능력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경주의 걸출한 인물이었던 정만서는 기억돼야 합니다”고 하는 강석근 소장의 말이 생생하다.
“올 한해는 정만서 이야기가 널리 회자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