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의 허리, 중형 교회 살려야"

목회사회학연구소 세미나 지역공동화·재개발로 기반 무너져 주민센터와 함께 봉사활동 등 지역사회 섬기는 교회가 대안

    •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조선일보 2017-11-03                        ]  


     "중형 교회는 한국 교회의 마지노선(線)이다. 중형 교회가 살아야 한국 교회가 산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선 '중형 교회'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가 주최하고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담임목사)가 후원한 행사였다. 목회사회학연구소는 서울과 수도권의 교인 수 300~1000명 규모의 25개 교회의 목회자와 신도를 심층 면접했다. 한국 개신교계에서 '중형 교회'를 논의 주제로 삼은 것은 거의 처음이다. 조사 결과는 심각했다. 700명 출석하던 교회가 70명으로 줄어든 경우도 있었다.

    "한국 교회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

    한국 중형 교회의 평균은 '1960년대 어려운 시절에 탄생해 1970~80년대 성장해 1980년대 1세대가 은퇴하고, 1990년대부터 2세대로 교체됐지만 지역사회가 무너지면서 위기를 맞았고, 2000년대 들어 극심하게 무너지는' 상태다.


    문제는 산적해 있다. 작은 교회는 정(情), 대형 교회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중형 교회는 그 사이에 끼어 있다는 점이다. 중형 교회들은 대부분 동네 이름을 교회 이름에 걸 정도로 지역공동체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지역은 공동화·슬럼화되거나 재개발 사업이 벌어지면서 변화가 생겼다. 교회 인근에 3000명 학생이 있던 초등학교가 700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그나마도 중국 교포와 다문화 가정이 절반을 차지하게 된 경우가 있다.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다.

    역사가 오래될수록 '고령화'는 심각하다. 출가한 자녀 세대는 신도시 등으로 이주하고 처음부터 다녔던 교인만 남는다. 이런 상태에서 목회자는 교체된다. 60대 이상 교인들 사이에 부임한 40대 목회자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처음 교회를 창립하거나 부흥할 때 신자들은 '교회=은혜'라는 생각이 강해 자신의 생활을 희생하면서 헌금하고 헌신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충성도'가 약하다. 인터뷰에 응한 한 응답자는 "설교가 1세대에 맞으면 3세대는 교회를 떠난다"고 했다.

    '마천루의 저주'는 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회가 새 건물을 지을 때는 그 교회 성장의 '정점(頂點)'이라는 말이다. 부흥기엔 중형 교회도 지방에 기도원도 짓는다. 그러나 성장이 꺾이면 유지비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 된다. 이쯤 되면 교회를 이전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제는 슬럼화된 동네의 교회 건물은 팔리지도 않는다는 점.

    중형 교회가 어려워지면서 장로교의 지역 단위 조직인 '노회'에서 개척 교회 신청을 만류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그동안 개척 교회는 노회 내의 교회들이 십시일반으로 지원했는데 여력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지역으로 돌아가자"

    대표적 대안으로 교동(敎洞)협의회가 제시됐다. 지역의 교회들이 자치센터와 협조해 지역사회를 섬기는 것이다. 행정 조직이 파악하고 있는 어려운 이들을 지역의 교회들이 교단과 교파를 넘어 돕는 방식이다. '자원봉사센터 운영' '통장(統長) 봉사단'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예배가 없는 주중엔 교회 공간을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개별 교회가 문제가 아니라 대형 교회에서 벌어지는 사건 때문에 개신교 전체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이 결국 중형 교회와 작은 교회에는 치명적 타격"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세미나를 후원한 정성진 목사는 "도랑이 살아야 개천이 살고, 개천이 마르지 않아야 강물이 살아나는데 지금 한국 교회는 개천이 마르게 된 상황"이라며 "중형 교회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세미나를 후원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앞으로 목회사회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교회 트렌드를 점검하는 세미나를 매년 열 계획이다.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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