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늬들이 제2의 사춘기를 알아?"
행복 최고점은 80대… 하지만 섭섭한 건 고려장, 과거의 유물?
정년제 등 차별 여전…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참 좋아 보이시네요"
저자의 나이가 80대가 아니었더라면 노화나 웰에이징(well-aging)을 다룬 여느 책들 가운데서 빛나지 않았을 것이다. 영국 런던대 생물학과 명예교수인 저자 루이스 월퍼트는 올해 여든둘. 누구나 그렇듯 월퍼트 역시 "머릿속에 있는 나의 모습은 여전히 열일곱 살 소년"이다. 그 나이 또래에게서만 보이는 삶에 대한 성찰과 노년의 즐거움, 그리고 '노인 차별'에 대한 서글픔이 생생하다. 일견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책'처럼 보이지만 실은 앞으로 늙어갈 모두를 위한 책이다.
◇"이런 게 노화"
월퍼트는 자꾸 깜빡 잊는 횟수가 늘자 "혹시 치매 초기증상이 아닐까 싶어" 의사를 만난다. 집에 돌아온 월퍼트는 실소를 금치 못한다. 정작 치매 이야기는 까맣게 잊고 엉뚱한 이야기만 실컷 하고 온 것. 그는 수십년간 새벽 5시에 조깅을 해왔다. 어느 날 눈을 뜨니 이미 8시. 왜 안 깨웠냐고 책망하자 아내의 답은 "벌써 다녀왔잖아요?" 친구들과 모이면 대화의 시작은 이렇다. "우리 위에서부터 시작할까? 아니면 아래부터 시작할까?" 그러면 친구들은 앞다퉈 아픈 부위를 늘어놓으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저자 스스로 두 번의 우울증을 앓았고 두 번째 우울증에서 벗어났을 때 이 책을 쓸 결심을 했다.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과 그의 부모를 위한 책은 많이 있지만 똑같이 질풍노도의 길을 겪고 있는 고령자를 위한 책은 별로 없다"는 생각에서다.
◇의학 지식과 통계
월퍼트는 생물학자답게 의학·생물학적으로 왜 인간은 늙는지 최대한 쉽게 이야기해준다. "최대 산소섭취량은 10년마다 10%씩 줄어든다." "우울증은 면역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암, 불면증,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자살 충동도 유발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또 알츠하이머병과 노인성 치매, 혈관성 치매의 차이점도 간단히 설명하고, 지구상의 모든 동물 중 사람만 나이가 들수록 뇌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점도 설명해준다. "노인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인생에서 바꾸고 싶은 것을 물었더니 3위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것, 2위가 저축을 더 많이 하겠다는 것, 1위는 성관계를 더 많이 맺겠다는 것이었다"처럼 고령층이 관심 있을 통계 자료도 다양하게 제시한다.
◇"즐겁고 섭섭하다"
월퍼트는 기본적으로 나이 들어 좋은 점도 많다는 낙관론자. "30대부터 행복의 정도가 점차 낮아지다가 40대가 되면 최저점을 찍는다. 그러고는 서서히 올라가 80대에 최고점에 도달한다."
그렇다고 섭섭함을 감출 수는 없다. 과거에만 '고려장'이 있었던 게 아니라 현대에도 많은 노인 차별이 행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년제'가 대표적이라는 것. 그러면서 신용카드 발급, 자동차보험 가입, 의료기관에서 일어나는 교묘한 차별뿐 아니라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애로운 편견' 역시 싫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언제까지 고령자들이 움츠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책의 마지막은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가 썼다는 '내가 늙었을 때 명심해야 할 일'(표 참조)로 마무리한다. 하나하나 읽다 보면 고령자들이 느끼는 피해의식과 역으로 젊은 세대가 잘 새겨야 할 어르신들의 심리를 기가 막히게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책의 원제('You're Looking Very Well!')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흔히 별생각 없이도 잘 쓰는 말, "참 좋아 보이시네요"다. 그러나 저자는 "고령자 입장에서 가장 듣기 좋은 칭찬"으로 꼽는다. 어르신들의 속내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당신 참 좋아 보이네요!
루이스 월퍼트 지음|김민영 옮김
알키|204쪽|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