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설마'와 '괜찮겠지' 사이에서 생긴다

조선 현종 때 판서를 지낸 김좌명은 일 잘하는 하인을 발탁해 중요한 일을 맡겼다. 그랬더니 얼마 후 그 어머니가 찾아와서 아들의 직책을 강등시켜달라고 했다. 이유인 즉, 부잣집 사위로 간 아들이 처가에서 뱅어국을 '맛이 없어 못 먹겠다'고 했는데, 재물 관리부서에 더 놔뒀다간 큰 죄를 범할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쉬운 일인가? 자녀 교육의 한 전범을 보여주는 이 이야기에서 저자는 '교자이의(敎子以義)' 즉 '자식을 올바른 길로 가르치기'를 떠올린다.

옛 글에 비춰보는 요즘 세태 비평이다. 정민 한양대 교수가 조선일보에 인기 연재 중인 '세설신어' 100편의 내용을 더 보태서 책으로 엮었다. 사서삼경부터 조선조 문집까지 고금을 가로질러 골라낸 4자성어와 예화를 '마음의 표정' '공부의 칼끝' '진창의 탄식' '통치의 묘방' 등 4개 주제별로 분류했다.

국정 난맥상을 보면서 '쟁신칠인(諍臣七人)' 즉, 바른말로 충언하는 신하 일곱만 있으면 천하를 잃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을 생각하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우리의 대비태세에 대해선 '곡돌사신(曲突徙薪:굴뚝을 높이고 땔감을 옮기라)'이라는 고사를 되돌아 본다. 뭐든지 직접 챙기려는 윗사람에 대해서는 제갈량의 고사를 들어 '불필친교(不必親校)'의 지혜를 전한다.

하지만 구들이 내려앉고 기와가 부서지는(토붕와해·土崩瓦解) 위기라 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인문을 널리 닦고 인의를 깊게 하고(수문심인·修文深仁)' '안으로 머금어 가만히 쌓아두며(함장축언·含章蓄言)' '분노를 잠깐 잊고 이치를 살펴보며(거망관리·遽忘觀理)' '그칠 데를 알아서 그쳐야 할 때 그치면(지지지지·知止止止)' 될 일이다.

인간세상의 모습은 늘 반복되는가. 옛 사람의 고민과 지혜를 오늘에 전하는 저자는 "문제는 늘 설마와 괜찮겠지의 사이에서 생긴다" "사람이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언제나 행함을 잊어 탈이 된다"고 말한다. 날이 선 문장들이 독자들 마음을 뜨끔하게 만드는 바늘 끝 같다.

세태 통렬하게 꼬집어

이재관의‘파초 잎에 시를 쓰는 선비’. 조선 선비들은 끊임없이 새 잎이 밀고 올라오는 파초를 좋아했다. /김영사 제공

일침(一針)

정민 지음|김영사|296쪽|1만4000원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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