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人? 정치가? 간디의 두얼굴


"(대영)제국이 쇠퇴하면 우리가 간직해온 소망도 같이 쇠퇴하게 됩니다. 어떤 이는 우리가 지금 우리의 권리를 획득하지 않으면 결국엔 속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제국을 방어해서 얻은 권력이 이러한 권리들을 지킬 수 있는 권력이 될 것입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1869~1948)가 한 말이다. 믿기 어렵다면 다음은? "저는 제국의 이상을 위해 제 생명을 네 번 헌신했습니다.(…) 저와 같은 행동으로 제국 내에서 제 나라가 동등한 지위를 얻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이 모든 것을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간디는 1909년 딩그라라는 인도 청년이 커즌 와일 경(卿)이라는 인도 착취에 능한 영국 정치인을 암살하려 기도했을 때 "그런 종류의 행동이 인도에 득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딩그라의 행동은 윈스턴 처칠조차도 "조국애의 이름으로 행해진 가장 훌륭한 일"이라고 말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간디는 1차세계 대전 당시 인도 청년들의 참전을 독려했으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았다. '독립'도 아닌 '자치'를 위해서 말이다.

인도의 대표적 좌파 정치인인 저자(1909~1998)는 1958년에 초판을 펴낸 이 책에서 '성인(聖人) 간디'를 '정치인 간디'로 재조명한다. 저자 역시 한때 간디의 사상에 크게 공명한 젊은이였다. 그래서 두 가지 질문에서 출발한다. "첫째, 왜 나와 같은 수백만의 젊은 남녀가 간디주의 진영으로 합류했는가? 둘째, 왜 나와 같은 일부 젊은 남녀는 서서히 불만족이 싹트고 마하트마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처음에는 수십 명, 나중에는 수백 명 그리고 계속해서 수천 명이 마르크스-레닌주의 진영에 가담하기 시작했는가?" 이렇게 프레임을 바꿔서 보면 때론 시대착오적이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인간 간디'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간디를 맹목적으로 비판하고 발가벗기지만은 않는다는 데 이 책의 장점이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간디를 '이상주의자'로 보면서 농촌빈민을 각성시켰으면서도 농촌빈민들이 부르주아지에 대항하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원제는 The Mahatma and the Ism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
E.M.S.남부디리파드 지음|정호영 옮김|한스컨텐츠|292쪽|1만5000원


김한수 기자

조선일보 2011.09.03.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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