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서는 개화기 때 실존한 코미디언이다. 정만서는 괴짜 중의 괴짜인 경주 사람이다. 정만서는 인생을 만화처럼 살다 간 위인이다. 정만서는 거꾸로 선(물구나무선) 채 세상을 바라본 조선시대 마지막 해학가였다.
그의 얘기는 걸쭉하고 조금은 너저분하다. 그의 얘기는 남을 골리는 데 묘미가 있다. 그에겐 밤낮없이 술이 있어야만 했다. 그는, 꼴리는 대로 행동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몰랐다.
정만서란 존재는, ‘낄낄낄’하는 식의 재담으로 얄팍한 웃음을 자아내도록 하는 개그맨이 아니라, ‘으흐흐흐’하거나 ‘클클클클’하는, 자다가도 웃을 법한, 중후한 웃음을 유발시키는 웅숭깊은 해학가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김기사 운전해!’ ‘그냥 내비 둬’ 또는 ‘그까이 꺼 뭐, 대충’ 하는 정도로 대여섯 단어 수준의 말장난이 아니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깊은 웃음을 끌어내는 그런 익살꾼이요 코미디언이다.
요즘 개그는, 코앞에서 알찐거리는 초파리를 손뼉을 쳐서 잡는 수준이지만, 정만서의 고전 코미디는 하늘 높이 훨훨 날아가는 도요새를 곤두박질치게 하는 고차원적인 일면을 간직했달 수 있다.
정만서는 자기가 스스로 남을 웃기겠답시고 행동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결과적으로 그의 말이나 행동을 지켜본 사람들이 웃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상대를 계략으로 얽어 맬 때는 옴짝달싹 못하도록 외곬으로 몰아붙이는 순발력도 있었지만, 남의 계략에 모르는 사이 스스로 옥말리거나 자기 꾀에 헛 감겨들어 세인의 비난을 받은 적도 없지 않은 것이 정만서의 일생이다. 수구와 개화의 물결이 정신없이 소용돌이치는 개화기 때, 소외된 계층으로 억눌려 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지만, 반골인 정 공(鄭公)은 야인답게 기지(奇智)와 풍자(諷刺)와 골계(滑稽)로써 어긋나게 살기를 고집하였으니, 그에게는 항상 술이 있어야 했고 들이 마신 술만큼 익살을 토해 냈던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얘기는 ‘초당방’에서 한 입 건너 두 입으로 전해오는 얘기들을 오랜 기간 동안 필자가 수집해서 ‘석유협회보’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발표한 것들을 한데 묶어 비로소 집대성한 것이다.
하루를 살아도 웃으며 살자. 으허허허. 큭큭큭큭!
2011, 늦여름 꾀꼬리 소리 흐드러진 신갈 집에서
사투리 김주석 삼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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