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은 도끼에 찍힌 발등 1
돼지 기르기를 포기한 학술 숙부님은 상인들의 상호 신용계인 무진(無盡) 회사를 운영했는데 이름은 대동신용금고였다. 신용금고란 시장 상인들에게 일정 금액을 신용으로 빌려 주고, 본전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날마다 거두어들이는 일수(日收)라고 생각하면 쉬울 터이다.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소액을 대출해 주는 방식이니까 떼일 위험부담도 적고 그 이자율이 은행보다 다소 높으니까 수익성도 괜찮은 편이어서 처음에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였다. 처음에 한 일 년 동안 잘 나가던 요량으로 보면 수입이 꽤 짭짤하고 그럴싸했던 것이다.
그런데 세상 일이 뜻대로만 되어 가지 않았다. 무진회사 직원 가운데 먼 친척을 하나 데려다가 믿고 썼다는데, 글쎄 그 사람이 처음에는 무척이나 성실하게 일을 잘 해서 경영자인 학술 숙부님으로부터 잔뜩 환심과 신용을 얻어놓고는, 거꾸로 그 신용을 발판 삼아, 가짜 도장을 새기기에 이르렀다. 가짜 나무도장을 여러 수십 개 새겨서는, 매일 같이 유령 상인들의 이름으로 대출을 해 갖고는 어느 날 갑자기 ‘떴다 봐라!’ 하고는 한 보따리 싸서 어디론가 훌쩍 날아버렸으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그는 통영의 나주 정(丁) 씨 할머니 친정 쪽 일가붙이였으니 더더욱 피통 터지는 일이었다. 사실 평소에 서로 가까이 정을 나누던 사이도 아니었는데, 힘들게 지낸다니까 취직을 시켜서 입에 풀칠이나 하라고 데려온 것이 끝내 크나큰 사고를 저지른 것이었다.
어디 형님 댁 논 판 돈만 ‘꿀길’로 갔으려고? 한창 잘 나가고 번창하던 시절에 대출해 줄 자금이 모자라니까 여기저기서 마구 빌려 넣었을 밖에. 자금이 없어 못 빌려 주지 빌려 주기만 하면 이자가 붙어서 척척 되돌아오는 장사인데 말이다. 결국 친지는 물론 친구 등 옆 사람들의 돈까지 몽땅 다 날아갔으니 하루아침에 쪽박을 찬 형편이었다. 빚만 잔뜩 짊어지고 맥없이 주저 물러앉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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