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일생 바친 두 남자

    • 허윤희 기자

조선일보 2019-04-27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사사키 겐이치 지음|송태욱 옮김|뮤진트리|404쪽|1만8000원

사전에 인생을 바친 두 남자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국어사전이라는 '신메이카이(新明解) 국어사전'의 편찬자 야마다 다다오(1916~1997), 그리고 '산세이도(三省堂) 국어사전'을 만든 겐보 히데토시(1914~1992). 누적 합계 약 4000만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두 사전의 탄생 스토리이기도 하다.

사전에도 개성과 인격이 있다. 같은 단어라도 편찬자의 성격이나 인간과 언어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뜻풀이가 달라진다. 신메이카이 사전은 개성 넘치는 뜻풀이로 유명하다. 가령 '연애(?愛)'는 이렇게 정의했다. '특정한 이성에게 특별한 애정을 품고 둘만이 함께 있고 싶으며 가능하다면 합체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지만 평소에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마음이 무척 괴로운(또는 가끔 이루어져 환희하는) 상태'. 반면 산세이도 사전의 풀이는 정석이다. '남녀 사이의 그리워하는 애정. 사랑'. 전자가 주관적이고 때론 장문으로 단어를 풀이한다면, 후자는 객관적이면서 간결한 단문이다.

둘은 도쿄대 동기생이었다. '메이카이 국어사전'을 같이 만든 절친한 사이였지만, 이후 결별해 같은 출판사에서 전혀 다른 사전 두 권이 탄생한다. 겐보는 '사전은 현대어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 평생 말을 찾고 모았다. 세상에 쓰이는 말의 용례를 모아 한 장 한 장 기록한 카드만 145만장. 반면 야마다는 당시 사전계에 만연해 있던 표절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특색 있는 사전을 만들고자 했다. 두 사람 다 사전 한 권을 혼자 엮은 초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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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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