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다고?"

"결국, 생산성에서 밀린다"

美 교수의 발칙한 예측


"유럽연합·WTO는 곧 붕괴될 것이다"

"돈 아닌 '사람'이 허브 구축의 변수"

"개도국 인재 유출 막기 위한 국제협약 필요할 것"

'중국은 세계 최고 부자나라가 됐다가 이내 미국 다음으로 처지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EU)과 WTO(세계무역기구)는 붕괴될 것이다' '금융허브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허브가 뜰 것이다' '거대한 금융 암시장이 탄생할 것이다'….

미국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교수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원제:Outrageous Fortunes)에서 이렇게 당돌하게 주장한다. 한국어판 제목은 '10년 후'이지만 책은 수십년 후의 미래까지 거시적으로 보고 있다. 물론 예측이다. 하버드 경제학박사이자 뉴욕타임스 최연소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개도국을 지원하는 비영리 컨설팅회사도 운영하며 세상의 이모저모를 살핀 저자는 그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며 지구촌의 미래를 12가지 트렌드로 분석한다. 그가 주로 들이대는 잣대는 '딥팩터(Deep Factor)'라는 개념이다. 저자에 따르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내재돼 있어 단기간에 변하기 힘든,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뭘 근거로 이런 발칙한 예측을 할 수 있는 걸까.

중국, 1등 국가 못된다

먼저 중국. 저자는 "2041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되고 2050년까지 미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골드만삭스 등의 예측에 "글쎄"라고 고개를 갸웃한다. 이유는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유교적 뿌리와 예절 즉 서열 위주의 사고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권력을 중시하는 역사적 전통이다. 작은 국가를 통합해 강력한 제국을 만들듯이 M&A를 통해 시장 지배자가 되는 기업은 혁신 의지를 잃거나 변화를 싫어하게 된다. 미국도 M&A 천국이지만 중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구미식의 투명한 규제의 틀, 엄격한 법적 보호 장치, 효율적인 기업 구조, 혁신 능력 등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근로자의 생산성이 세계 최고로 올라갈 수 없다. 여기에 국제노동기구의 2007년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역사상 노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다. 한 자녀만 낳고 노령화가 지금처럼 진행되면 2050년이면 중국 취업연령 인구는 약 54%로 떨어지지만 미국은 이민정책으로 약 56%의 취업연령 인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증가율과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더 높은 미국이 중국을 다시 따라잡을 것이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타이틀은 2~3년 만에 다시 미국의 차지가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그러면 EU는 왜 붕괴한다고 주장하는가?

한마디로 너무도 이해관계가 복잡한 국가들을 한 틀에 넣었기 때문이다. 부유한 북서지역과 가난한 남동지역의 격차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북서유럽의 국가들은 앞으로 20~30년 안에 다른 회원국들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과거 동유럽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확대할 것이란 점도 이런 예측에 한몫한다. WTO 역시 사정이 모두 제각각인 회원국들을 '만장일치 합의제'로 묶어 놓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개도국 발전은 인재보호로

'인재유출협약' 개념은 이 책이 제공하는 신선한 아이디어이다. '인재유출협약'이란 선진국과 개도국 등이 인재의 유출을 적정선에서 유지하는 협약을 체결하자는 아이디어다. 가령 2009년 22개국이 가입한 아랍리그의 보고서는 약 10만명의 과학자, 의사, 엔지니어가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떠났으며 대부분 돌아오지 않았다. 또 다른 연구는
자메이카, 아이티, 가나 같은 나라 의사의 30~40%가 고국을 떠나서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인재유출을 방치할 경우, 후진국은 더 못살게 되고 선진국은 더 잘살게 될 것이다. 경제난에 빠진 후진국은 선진국의 생산품을 구매하지 못할 것이며 국내 정세 역시 불안정하고 평화롭지 못하게 돼 결국 세계는 모두 불행해진다. 이 때문에 선진국·후진국의 윈윈전략으로 '인재유출협약'을 제시한다.

라이프 스타일 허브

앞으론 상품도, 금융도 아닌 '사람'이 허브(hub) 구축의 핵심변수가 될 것이다. 온라인으로 모든 거래가 가능해진 세상에서 이제 홍콩, 뉴욕, 런던처럼 생활비도 비싼 곳에서 고소득층들이 몰려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기업가, 투자자, 전문직업인, 은퇴자들은 범죄가 적고 기후는 좋으며, 어느 정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곳을 찾아 몰려들 것이다. 이런 곳이 '라이프스타일 허브'가 된다. 구매력비율, 유엔인간개발지수, 세계평화지수를 종합하고 인권과 재산권의 점수가 낮은 곳을 제외하면 베트남, 체코, 불가리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슬로베니아, 코스타리카 등이 유력한 후보지다.

다양한 근거를 내놓았지만 이 책의 예측이 실현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류 역사는 결코 예측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이 꾀 많은 저자가 그런 점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는 이렇게 썼다. "실제로 예측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다가오는 위험을 경고하고 이를 피해감으로써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위험을 피하고 기회를 잡게 해줄 뿐 아니라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더욱 풍부한 기회를 만들도록 함으로써 미래를 변화시킨다면 나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거다."

10년 후 미래
대니얼 앨트먼 지음|고영태 옮김|청림출판|307쪽|1만5000원


김한수 기자 (우리집 큰애)

조선일보 2011.05.21.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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