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 카스트로를 향한 '일방적' 우정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피델 카스트로의 궁정(宮廷)작가다."(바르가스 요사)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85)와 콜롬비아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84)의 오랜 우정을 다룬 책이다. 그러나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의 만남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스페인미국의 대학교수인 저자들은 50여년의 자료를 뒤져 두 사람의 관계를 캔다. 그 결론은 마르케스의 '일방적 구애(求愛)'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카스트로다. 유명한 소설가로만 마르케스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다소 충격과 실망을 줄 정도다.

1959년 쿠바 혁명은 중남미뿐 아니라 서구 좌파 지식인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지자도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혁명가는 본색을 드러냈다. 특히 소련의 체코 침공에 카스트로가 침묵하자 많은 지식인은 등을 돌렸다. 가보(Gabo)란 애칭으로 불리던 마르케스가 결정적으로 카스트로의 품에 안긴 것은 1971년 벌어진 '파디야 사건' 이후. 쿠바의 시인 파디야가 필화를 겪으며 '반역시인'으로 체포돼 굴욕적인 자아비판까지 한 사건에 세계의 지식인들은 분노했다. 이들은 탄원서를 발표하며 항의했지만 마르케스는 서명하지 않았다.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신문기자 출신인 그는 "카스트로와 라틴아메리카 지식층의 갈등은 신문들이 만들어 유포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주제로 박사논문까지 받았던 바르가스 요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마르케스와 절교했다. 카스트로는 마르케스에게 수도 아바나에서 가장 좋은 동네에 집을 마련해줬고, 마르케스는 수시로 쿠바를 드나들며 국빈 대접을 받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쿠바를 방문했을 때에는 카스트로와 함께 교황 옆에 섰다. '찬양'은 이어졌다. 1996년 콜롬비아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카스트로는 독재자 아닌가?"라는 비판을 받고는 이렇게 말했다. "선거가 유일한 민주주의 형태는 아니지요." 왜 카스트로의 명예보좌관으로 활동하느냐는 질문엔 "그는 내 친구이기 때문이지요. 사람은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 합니다."

앙헬 에스테반·스테파니 파니첼리 지음
변선희 옮김|예문 | 360쪽|1만4800원

김한수 기자(우리집 큰놈)

조선일보 2011.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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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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